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y Oct 22. 2023

살다가 걸림돌을 만나면

-순간의 아름다움에 눈을 뜰지도....-

한동안 문제없이 살아오던 우리 집에 걱정거리가 많이 생겨난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내 나이가 적당한 나이를 넘기고, 부모님 보낼 생각, 딸아이 자립할 생각, 나도 언젠간 가야 하겠지 등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 주변에서 상도 많이 당하고, 노환인 부모님에 대한 걱정을 하는 지인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예전에 내가 결혼하고, 첫 애를 가지고 밤에 잠을 설치면서 애를 키울 때,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내색도 하지 않고 잘 처리했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내가 갔다 온 군대는 힘들고 길기만 한데, 남들이 갔다 온 군대는 어찌 그리 짧고 쉽게만 보이는지....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인생과 철학을 논하게 되고 왠지 지금처럼 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하는 때다. 그러던 중에 예전에 읽었던 구절이 하나 떠오른다. 파우스트의 한 구절이라고 하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내가 원하는 그 구절을 찾기가 어렵다. 내가 본 구절은 박웅현의 "다시 책은 도끼다"의 파우스트 편이었던 것 같다. 저 구석에 박혀 있던 책을 찾아서 그 구절을 찾아보니...


내가 순간을 향하여,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였다. 악마인 멤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의 영혼의 계약으로 파우스트가 이 말을 하는 순간 파우스트의 영혼을 악마가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저 말이 어제, 오늘 다르게 들려왔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누구나 어느 때가 되면 죽음의 길로 가야만 한다.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그 길로 가는 길에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메멘토 모리"라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 내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서 바라보는 세상이 어제와 다르게 느껴졌다.  금요일 저녁에 비가 오고 하늘은 맑고 공기는 더 청명해진 듯했다. 지금쯤이면 북악스카이웨이에 단풍이 가득할지도 모른다. 삼청각으로 내려오는 그 길의 단풍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가고, 오늘은 딸을 데리고 병원을 갔다 왔다. 이렇게 병원만 다니는 것보다는 예쁜 것 보고, 좋은 것 먹는 것이 더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 모시고 드라이브를 갔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단풍은 생각보다 훨씬 덜 들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점심 사 먹고 맑은 공기 마시니 좋았다.


심리학 수업 때 배우는 "Here and Now"라는 말이 배우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내 앞의 삶을 더 충실히 살기 위해서이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기에 지금 내 삶이 이렇게도 애달프게도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하루하루 즐거움을 위해서 나에게 평안과 안식의 시간을 꼭 한시 간이상씩은 줘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딸과의 에피소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