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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하기

배울 것이 많은 분을 만남.

by Mooony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공무직이라는 직책이 있다. 예전의 IMF 사태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눠지더니, 정규직도 일반정규직, 무기계약직, 공무직 등으로 분화가 되고, 비정규직은 계약직, 사업계약직, 외부용역사 파견직 등으로 나뉘어 있다.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는 경비대원들이 8명이 있는데, 개별적으로 지시를 전달하기는 불편하기 때문에 8분 중의 한 분을 반장님으로 정해서 소통의 창구를 맡긴다. 몇 달 전에 전의 반장님께서 연세로 인해서 새로운 반장님을 뽑아야 한다는 제안을 하셨고, 경비대원님들과 협의를 통해서 새로운 반장님을 선출하게 되었다.


그 전의 반장님과 자꾸 비교가 되어서 이 글은 전의 반장님이 보시면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반장님이 역할을 맡고 난 이후에 경비대원님의 우리 직원들에 대한 태도가 협조적으로 바뀌었다. 어떤 일이 생겨서 단체톡방에 올라가면, 그 일과 관련해서 본인이 하실 수 있는 일을 빠르게 얘기하고 먼저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반장님이 되면 수당으로 한 달에 3만원을 더 드리는 데, 그 돈으로 경비대원님들과 다과를 사서 나눠서 드신다고 하셨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더 받으려고 하지 나누려고 하지 않는데, 경비반장님이 받는 급여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도 그걸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하신 분이라는 생각에 좋아 보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에게 와서 우리 사무실 앞에 있는 화분 4개가 좀 시들시들한 것 같다고 자기가 화분 가져가서 살려볼 테니, 자기가 잘 키워놓은 새로운 화분과 바꾸는 게 어떤지 문의를 해오셨다. 나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던 것이라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바꿔놓게 되었다. 식물에 대해서는 내가 키우기만 하면 사망에 이르게 해서, 반려동물도 반려식물도 나와는 맞지 않다고 키우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었다.


그렇게 화분을 바꾸겠다는 얘기를 듣고 잊어먹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만났을 때, "화분 잘 싱싱하지요?"라고 물어보신다. 그래서 "네, 잘 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는 사무실 앞에 나가서 바뀐 화분을 보니, 이전보다 훨씬 생기 있는 건강한 화분들이다. 그때부터는 지나다니면서 화분들의 식물들을 다시 한번 보게 되고, 자꾸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내 상사로부터 전화가 와서 "사무실에 있는 난과 화분 하나가 자꾸 시들어 간다고 혹시 이쪽 전문업체 아는 곳 없느냐?"고 여쭤보신다. 나는 바로 반장님이 생각이 나서, 우리 경비반장님이 화분을 잘 아시니까 한번 보여보겠다고 말씀을 드리고는 반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반장님, 우리 상사인 @@@님의 사무실에 죽어가는 화분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예수님도 아니고, 죽어가는 화분을 어떻게 살리겠습니까만 오늘은 휴가고 출근하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짧은 대화를 하고, 다음날 식물을 살펴보게 되었다. 보시더니, 그 화분을 본인이 일하시는 곳으로 데려가서 한번 잘 돌봐서 살려보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원예 관련 자격증도 따시고, 화초에 관심이 많아서 많이 키워보셨다는 얘기도 하셨다.


"식물이 자꾸 죽는 데 왜 그런 거예요?"라고 내가 물었더니

"보통 식물이 죽는 데는 대부분 2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네?? 그게 뭔데요??"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너무 안주 거나해서 식물이 죽습니다."


이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파레트의 20/80법칙도 생각이 나고, 식물을 키우는데 핵심이 물 주기라는 것에 대한 깨달음도 있고, 물을 언제 줘야 할지를 알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뭔가 식물을 키우는 일이나 어떤 일을 하는데 유사한 부분이 틀림없이 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반장님을 지켜보니 회사생활을 하시면서 모든 일을 자기 집의 일처럼 챙기신다. 지시가 없는데도 대청소를 하시고, 경비일을 하면서 식물들이 잘 자라는 지도 살펴보고, 잘 살린 식물은 더 좋은 자리에 놓고, 시들시들한 식물은 햇빛을 잘 받도록 위치를 변경하기도 한다.


어떤 일을 하던지 자기 일처럼 하는 사람은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감사를 받는다. 회사생활에서 꼭 배워야 할 것이 반장님의 부지런함, 솔선수범하는 태도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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