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사장님들은.....
회사는 기본적으로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는 이익이 1차 목적은 아닌 곳이라서 경기에 대해서는 조금 자유로운 곳이다.
알고 계시는 사장님 한분이 지난주에 연락이 왔다. 다음 주 언제인가 만나고 싶은데, 시간이 언제가 괜찮을지를 여쭤보셔서 약속을 정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분이 아니어서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게 될지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해서 고민해도 소용이 없어서 바쁜 일부터 하면서 잊고 있다가 어제 만나게 되었다.
항상 웃음이 많으신 분인데, 표정이 조금 딱딱하고 위축된 느낌이 들었다. 자리에 앉아서 안부를 여쭙다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조심스럽게 여쭙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작년부터 매출의 정체가 시작되고 사업의 확장이 필요한데, 그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어서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말씀이셨다. 그러면서, 누군가로부터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진단을 받아 보고 싶다는 얘기도 하신다.
행간의 의미는 사장님이 새로운 매출처를 찾아야 할 만큼 경기가 좋지 않은데, 효과적으로 오더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아는 사람들을 찾아서 만나고 있다는 것으로 읽혔다.
내가 무슨 마케팅의 신이라고 그 얘기를 듣자마자 오더를 일으킬 좋은 방법을 찾을 수가 있을까? 이런 나에게까지 와서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듣고 있자니, 상황이 꽤 어려운 듯 느껴졌다.
이럴 때 나는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내가 첫 번째로 한 말은 온라인 마케팅을 위한 회사 소개였다. 회사가 하는 일을 상세히 작성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마케팅은 어떨지 제안을 했다. 이 회사는 이미 그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해외 시장개척단 또는 전시회 참여 같은 마케팅 홍보활동이었다. 이런 지원 사업의 정보는 기업지원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검색을 통해서 전달해 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제안했던 것이 아는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이었다. 이도 역시 하고 있다는 답변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조금 달랐던 부분이 이 부분이었다.
보통 영업 활동이라고 하면, 내 회사의 제품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서 오더가 있는지 물어보고 필요한 오더를 받아오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불경기라는 것은 나와 거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같이 불경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의 동종업계의 사람들에게서 특별한 오더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은 적다. 만약, 오더를 받더라도 내가 찾아가서 오더를 달라고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마진을 높이 붙여서 견적을 제시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구걸하는 마케팅은 서로의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내가 어딘가에서 들었던 마케팅 이론을 얘기했다. 물건이나 용역을 파는 사람은 사 줄 사람보다 더 우위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마인드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오더를 받기 위해서 업체를 찾아갈 것이 아니라, 다른 업체의 애로사항 중에서 내가 해결해 줄 만한 것이 없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내가 손해 보면서 그 업체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영업이라고 할 수 없다.
그 업체의 문제를 잘 들어주고, 그중에서 나의 주변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가진 것을 발견하면, 내 주변사람들을 도와주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나는 문제를 가진 사람과 문제를 해결한 사람 모두에게 빚을 지울 수 있다. 이 두 빚진 사람은 나에게 진 빚을 없애기 위해서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오더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럴 경우, 나는 나의 오더를 받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관대한 마음으로 3 사람의 문제를 같이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윈윈으로 가는 영업활동이 아닐까 생각했다. 굉장히 이론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게만 풀려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불경기에 사장님들은 내실을 다지고 외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 시간이 없을 때는 들여다보지 못했던 몇 년간의 매출과 수익 등에 대한 수치자료를 검토하게 될 것이다. 또한, 홈페이지 리뉴얼, 단골 고객 만나기 등을 통한 업계의 흐름에 촉각을 세우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외부활동을 해야 한다. 내가 만나지 못했던 업종의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의 문제를 들어주고 해결할 방안을 찾으면서 새로운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해 내야 하는 것이다.
경기는 비와 같아서 어떤 때는 장맛비, 어떤 때는 가뭄이다. 이런 장마 때 잘 모아 놓고, 준비해 놔야 가뭄에 축적된 자산으로 버텨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경기와 별개로 필요한 것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실력이겠지만, 그야 사장님들이 항상 자신 있어하는 것이니, 두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어떤 문제이든지 오늘 갑자기 생긴 문제는 없듯이 내일 갑자기 해결되는 문제도 없다. 지금의 문제해결은 내가 지금 한 행동으로 인해서 결과가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타날 것이다.
경기가 안 좋아서 고민하는 사장님들을 한분 두 분 보면서 사업하는 것 쉽지 않겠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사장님들에 대한 애잔한 안쓰러움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