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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Dec 17. 2023

나에게 독서모임은???

-내 감정과 생각의 명료화의 학습장?-

캐플런 : 나 자신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일어난 사실에서 '진실'을 샅샅이 찾아내기 위해 이야기한다. 그것이 이야기의 힘이자 마법이며 '과거'가 '이야기'가 되도록 하는 계기다. (P118)


책을 읽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기도 하고, 반박하기도 하고, 책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일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책을 읽으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나와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를 통해서 나 자신을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 이야기는 중구난방으로 정리가 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뭔가 머릿속이 간질간질하는 기분이 든다. 이럴 때, 나는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어 진다. 그 책의 내용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그 책을 읽은 사람에 대해서 어떤 부분에서 어떤 이야기를 찾았는지, 어떤 부분이 나와는 다른지를 비교해보고 싶어 진다.


나를 정의하는 요소들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럴 때 기쁜데, 다른 사람들은 웃기다고 한다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의 해석을 통해서 내가 다른 사람과 얼마나 다른지를 알게 되고, 그것은 나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나에게 독서모임은 그런 부분에서 항상 좋았다. 같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할 때부터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말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도 만나고, 내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측면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내가 당연히 맞다고 생각하는 쟁점을 말도 안 된다고 반박하는 사람을 만날 때는 신나고 기쁘다. 그런 사람과 다양한 예시를 들어서 논쟁 아닌 논쟁을 하다가 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그날은 뭔가 내가 더 확장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나의 헝클어진 생각들이 대화하고, 반박하면서 명료화되는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생각이 아니라 내가 상대편의 말에 대해서 대답하고, 나의 생각을 얘기하면서 실질적인 나의 생각은 정리가 되고, 확정이 되는 것 같다.


이번 독서 모임을 통해서도 많은 다른 의견들을 들었다. 그 의견을 들으면서 내가 읽었던 어떤 구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 구절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이해한 사람들의 얘기를 듣기도 하면서 내 마음속의 어느 한 부분이 정리가 되어 잠잠해지는 것 같았다. 막 말을 하고 싶었던 욕구가 조심스럽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이런 경험이 쌓이게 되면, 나는 나 자신을 더 명료하게 살필 수 있는 조금 더 객관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독서 토론을 하면서 더 나아지는 느낌은 좋은데,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렇게 독서모임을 찾아다니는 것일까? 어떤 방향성을 정해두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나는 2024년에는 2023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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