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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Dec 20. 2023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우리에게는 자유가 필요한가?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가 생각이 난다. 나는 특별히 두드러지는 학생은 아니었고, 나의 인생에 대해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거쳐서 대학을 가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서 대략적으로 공부를 하다가 내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점수대의 대학을 선별해서 원서를 쓰고, 다행히 실전에 강해서 떨어질 수도 있었던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가족들 모두 기뻐했고, 나도 재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측면에서 안도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에 들어가니 남고에서는 볼 수 없던, 여학우가 유난히도 우리 과에는 많았다. 달라진 환경이 좋았지만, 나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력적인 축에 들지는 못해서 연애라는 것을 경험을 하지는 못했다. 고등학교 동문회에서 MT도 가고, 동호회에 가입해서 야밤에 극기훈련도 하고, 학과 내 동호회도 가입하고, 갑자기 주어진 나만의 시간에 어찌해야 할 줄 모르고 주체할 수 없는 시간에 시간표 짜기도 힘들었던 것 같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계획을 짜고, 결정을 하는 것은 나에게 맡겨졌다. 집에서도 대학 들어갔으니 어른이라는 말로 나의 행동에 대한 제약이 없어졌다. 그야말로 갑자기 주어진 자유였다. 근데, 한동안 불편했다. 고등학교 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따라야 하는 정해진 일정이 없이 뭐든지 내가 정해야 하는 것도 불편하고, 내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 수 있는 상황도 불편했다. 자유와 함께 책임이 따른다는 얘기도 그때 들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나의 자유에 대해서 크게 제약받으면서 살았다는 인식은 없었다. 그런데, 내가 밀이 얘기하는 남들과 확고히 구별되는 개별성을 확보하고 나의 발전을 위해서 잘 살아왔느냐고 묻는다면 흔쾌히 그렇다고 답변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은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했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찾아서 지켜왔다.


그러다가 사회에 나와서 나와는 다르게 자신의 삶을 잘 준비해서 하루하루 발전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내가 살아온 방식이 그다지 나에게 도움 되는 성장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은 IMF를 통해서 몇 번의 이직을 하고 난 40대가 되어서였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고, 살피지 못했던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살피고,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알아가는 노력을 하다가 자유론이라는 것을 읽게 되었다. 국가나 사회의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이렇게나 열심히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한 번도 사회의 제약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해본 적이 없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읽은 모든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읽고 난 이후에 남는 것은 단지 몇 줄의 좋은 문장들이다.


모든 인간이 쉼 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목표,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두 눈을 부릅떠야 할 목표는 각자의 개별성에 따라 자기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와 다양한 상황이라는 두 가지 필요조건이 마련돼야 하며,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개인의 활력과 갖가지 다양성이 생겨나고, 다시 이 두 가지가 독창성으로 결합된다. (P138)


이 문장에서 각자의 개별성에 따라 자기 능력을 발전시킨다는 부분에서 가장 공감이 간다. 조금의 독서를 통해서 내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은 "나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잘 이해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일지 델포이 신전인지는 모르겠지만,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내 대부분의 행동의 기준이다. 비록 얼마 전에 읽은 "두 번째 인류"와 "바디"라는 책에서 명백하게 너는 너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말을 길게도 써놨지만, 그래도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알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삶이 더 좋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측면에서 개별성과 자기 능력을 발전시킨다는 문장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으니까 열심히 해봐라는 격려로 들렸다.


인간은 토론과 경험을 통해 자기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 단순히 경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경험을 올바르게 해석하려면 반드시 토론을 거쳐야 한다. 잘못된 의견과 관행은 사실과 논거에 직면하여 점차 밀려난다. (P59)


나의 개별성과 능력의 발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토론과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진리도 포함하지 않은 주장도 없고, 완전하게 진리만을 포함하는 주장도 없다. 사람들의 주장은 일정 부분의 진리와 일정 부분의 오류가 뒤섞여 있으므로 우리는 토론과 경험을 통해서 나 자신을 명확히 하는 개별성과 독창성을 드러내고, 자기의 실수와 오류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 앞으로의 삶의 방식에 대한 제안을 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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