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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an 28. 2024

 To one person, you ought to ~

누군가가 내게 이런 말을 해준다는 것은....

To the world, you ought to be one person,
but to one person you ought to be the world.


내게는 예쁜 딸이 하나 있다. 참 사랑스럽고, 뭔가를 더 많이 해주지 못해서 안타까운 딸이다. 


그런데, 공부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서 영어해석을 같이 하고 있다. 수업을 듣는다든지 학원을 간다든지 일정에 맞춰서 움직이기는 하지만, 공부를 해야 한다는 자각은 하지 못했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대학이 사회에서 갖는 가치...공부의 의미 등을 얘기하지만, 공부 습관이 몸에 익지는 않는다.


사실 나도 인공지능이 이렇게 발달하는 시기에 영어, 수학을 암기식으로 외우는 학교공부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지와는 상관없이 좋은 일자리는 한정될 것이고 그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작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선택의 기준은 사람의 됨됨이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가장 쉽게 사람의 됨됨이를 찾는 방법은 학습평가와 자격증, 출신학교가 될 것이기를 알기에 딸에게도 노력해서 향후의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사실, 계획을 짜고 그 계획을 실천해서 나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게 쉬웠다면 모든 사람들의 삶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효율적이고 더 생산적이 되지 않았겠는가? 처음에는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이렇게 실행해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실질적으로 공부를 하겠다는 것과 하는 것에서 차이가 생겨서 여러 번 짜증과 문제점을 지적하게 되었다. 내가 우리 어머니에게 듣던 잔소리를 딸에게 그대로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영어해석을 나와 함께 하게 되었고, 나의 한심스러운 듯한 반응에 꽤 상처를 받는 것 같았다. 이렇게 스스로의 욕심 때문에 자기 자식은 가르칠 수가 없다는 말이 나온 것 같다. 하지만, 학원에만 맡긴다고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았고, 문장의 해석 부분은 내가 바로 옆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루에 2시간씩 문장 구조에 따른 해석을 지도해 주기 시작했다.


나와 같이 수업하는 것에서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안 하겠다는 소리를 하지 않고 한 달여를 따라왔다. 매일매일 가르치고 싶었지만, 학원의 시간도 있고, 나도 회사 일로 바쁠 때도 있어서 2주 정도를 지난 이후 서서히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다시 확인을 했는데 이전의 습관대로 공부를 안 한 것 같았다. 엄청나게 화가 났고, 지금까지의 잘못을 모두 끄집어내서 야단을 쳤다. 딸의 기죽은 모습을 보면서 너무 심했다는 생각도 드는 한편, 앞으로도 이렇게 스스로 공부할 수 없다면 학원을 끊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도록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맞는 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면 항상 답은 앞으로 잘하겠다고 한다. 이런 답을 들은 상태에서 학원을 그만두게 하는 것도 학업을 포기하는 것도 애매하다. 존리의 말처럼 학원비로 나가는 돈을 주식이나 펀드에 넣으면 대학졸업할 시점에서 자기의 일을 할 수 있는 자산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조언이 현재에 더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한편으로 포기하지 못하는 내 마음에는 공부라는 것이 자신의 단기적인 욕구를 억누르고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 보상을 유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공부가 꼭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길러야 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 중에 읽었던 책이 레이 달리오의 "원칙"이었고, 자신이 성공한 이유를 힘든 일을 좋아하게 된 것에서 찾는 내용이 가슴에 와닿았다.


내가 딸에게 가르쳐줘야 할 것은 공부하는 방법과 점수를 더 많이 얻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일을 계속하여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점수는 결과로써 나타나지만, 그 결과를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해석하는 딸에 대해서 비웃는 듯한 나의 태도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나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우리와의 관계에 중요한 부분인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나 스스로 딸에게 투사하는 나의 욕심을 잘 살펴봐야 하고, 진심으로 딸을 위하는 방식으로 같이 공부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찾은 문장이 바로 위의 문장이었다. 저 문장을 처음에 해석할 때는 깔끔하게 해석이 되지 않았다. "세상에게는 너는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사람에게는 너는 세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석은 했지만, 그 의미가 와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의미를 음미하다가 세상에게는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으로 큰 가치를 가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 사람에게는 전 세상과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라고 이해가 되었다. 이것을 딸에게 설명했더니, "어....나한테 아빠랑 같은거네!!!"라고 말을 했다.


이 말이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딸에게 나는 전 세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돌보고 살펴야 할 딸이 나를 그렇게 크게 보고 있다는 말에서 책임감과 동시에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더 잘해줘야 할텐데!!! 딸이 더 좋은 세상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줘야 할텐데!!!


저 문장은 우리 두 부녀에게는 꼭 외워야 할 특별한 문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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