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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an 31. 2024

분노 조절의 어려움

분노의 원인은?

딸애와 영어해석을 공부하면서 생긴일이다.


한동안 해석하는 폼이 점점 올라와서 이렇게 하면 몇달이내에 꽤 좋은 문장해석이 가능하겠다고 예상하는 순간 문제가 터졌다. 아주 단순한 단어들에 대해서 전혀 뜻이 다른 단어들과 헷갈리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이걸 모를 수가 있지? 이 단어를 저 단어와 헷갈린다면 도대체 기초가 얼마나 부족하다고 봐야 하는 거지?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내 목소리는 낮아졌고 딸의 잘못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때 딸이 "아빠가 화를 내는 건 이해하겠지만, 이 이상 화를 내면 내가 너무 슬플 것 같애!!!"라고 말했다. "물론, 아빠도 화나는 걸 참기 위해서 노력하는 지도 모르겠지만...." 이라는 말도 추가해서...정확한 단어의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너무 내 감정만으로 딸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한가지 딸의 질문도 떠오른다. "아빠는 무슨 얘기를 해야 5분동안 공부에 대한 얘기를 안할 수 있어?"


분노는 욕구가 만족되지 않을 때 나타난다.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은 나의 욕구가 있었고,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욕구가 내가 성취하거나 실패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화는 나에게 향해야 한다. 그 욕구가 다른 사람이 나에게 어떤 것을 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라면, 그 욕구를 품는 것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그럼, 정확히 그 욕구가 무엇인지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서, 나의 욕구는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데 문제없는 현명하고 똑똑한 딸을 가졌다는 자부심인 것 같다. 미래에 자신의 삶을 잘 만들어 나갈 수 있어서 내가 없어도 스스로 자신의 앞길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자립된 자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나의 욕구일 것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딸을 어떻게 그렇게 훌륭하게 키웠냐는 부러움의 눈길을 받을 수 있기를 원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딸은 어떤 때는 나와 공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스스로 공부를 할 생각은 안하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나와 공부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나에게 스스로 편안한 방안의 제안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데, 아직도 딸은 모든 문제를 나에게 넘기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이, 학습에서도 드러나기 때문에 더 짜증을 내는 것 같다.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면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그 예상을 항상 밑도는 수행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욕구불만에 쌓이게 되는 것 같다.


화를 내고 난 다음 날은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든다.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위협이나 지시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향에 대한 합의를 이끌고 싶었는데, 행동을 촉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짜증과 화로 표현된다.


사람들은 평생을 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른 답을 찾아서 시도하고 방향을 수정하면서 살아간다. 딸도 자기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과 그 성찰에 따른 행동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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