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주주의는 위기인가?
이번 독서토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일단은 8명의 신청자가 계속해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3분이 취소하셨고, 다시 신청을 하고, 또 불참을 하며 다사다난했던 구성원들이 모여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총평과 자기소개로 시작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책에 대한 키워드를 먼저 선정하고 이야기를 해나갔던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책이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는 얘기들이 있었고, 그 이유는 아마도 미국의 역사적 상황 서술방식, 마이클 샌델의 돌아서 설명하는 화법이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그런 한편으로 파편화, 신뢰, 기회의 불평등, 분배의 정의, 돈, 자치, 공공선, 민주, 공화, 금융, 공공선, 자유, 소비자(자본주의), 세계화, 다원주의 등을 키워드로 뽑으면서 각자가 꽤 다르게 책을 읽었다는 것을 토론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 책을 미국의 국부로 불리는 제퍼슨에서부터 논의가 되어온 정치경제철학의 다양한 논쟁점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초반부의 미국정치의 쟁점은 시민을 기르고, 시민이 자치하면서 공공선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때에는 미국에서는 자기 땅을 가진 농업을 하는 사람들을 시민적 자질을 가진 사람으로 우대하고, 제조기업에 대해서 반대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 제조기업을 허용하고, 기업의 노동과 노예제를 비교하면서 정치의 쟁점은 시민을 길러서 하는 자치가 아닌 이익의 분배에 더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 성장과 분배라는 논점에 주가 되는 정치로 발전해 갔다고 이해했습니다. 이후, 냉전시대의 완료 후 세계화라는 흐름에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노동력이 싼 곳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중산층의 몰락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 구성원의 욕구가 다양하게 분화되면서 남성VS여성, 지역적 잇권다툼, 성소수자, 진보 VS 보수 등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욕구가 다양하게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미국 내의 일자리가 외부로 나아가고, 제조기업 중심에서 금융중심, 특히 파생상품 중심의 경제체제 변경으로 인해서 소득격차가 커지게 되었고,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이념보다는 자본주의라는 경제적 논리로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돈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정치적인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은 투표를 통해서 자신의 의견이 정치에 반영되지 않는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현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불만은 악의로 표출되면서 극우화되고,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한 집단적 어울림이 더 늘어나고, 그로 인해서 트럼프와 같은 과격한 선동을 하는 정치인에게 표가 몰리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역사적인 흐름을 통해서 현재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미국 초창기의 시민, 자치, 공공선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에 대한 증빙으로 다양한 논쟁점을 서술하고 쟁점의 변화가 정치경제철학의 관점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서는 모두들 공감하는 바였습니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이 얘기하는 것처럼 다시 공동체의 활동을 통해서 스스로의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자치와 모두가 동의하는 공공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의 위기의 가장 큰 부분은 삶에 대한 통제력 결핍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투표를 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지만,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나의 삶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없다는 박탈감이 큰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정치의 관심이 자치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활발한 공동체에서의 정치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실질적인 법령의 개정까지가 연결되는 공동체의 강력한 힘의 체험이 필요할 것입니다. 역사의 불가역성을 들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거대 금융자산의 보호 또는 국가의 보조로 살아가고 있으므로 자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거대 금융산업의 힘은 이미 정치를 좌우하고, 공화당이 되던 민주당이 되던 큰 흐름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역사적 증거도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정치철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고, 나의 행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생각 없이, 각자도생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서, 개인적 생존을 우선하는 정치무관심으로 일관되게 살다가 이게 바른 방법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읽게 된 책이라서 전반적인 이해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아주 조그마한 변화라도 일어나게 하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또한 나의 모든 행동은 나의 주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나의 주장을 말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추동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은 늙는 것 같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름이 생기고 나이를 먹어갑니다. 영원히 이길 것 같던 막강한 제국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해체되고 재조립됩니다.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정치사상도 자본주의라고 하는 경제논리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더 나은 방향으로 서로 합쳐지고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제도가 주류가 될지는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와 별개가 아닌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