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iland, Chiang rai
17시간 동안 슬리핑 버스를 타고 다시 태국의 북부로 넘어왔다. 예정에 없었던 치앙라이를 오게 된 이유는 태국의 유명한 송크란 축제 때문이다. 며칠 차이로 큰 축제를 놓치고 싶지 않아 치앙라이와 빠이를 일정에 넣게 됐다. 언제나처럼 먼저 체크인을 하고, 짐 정리를 한 뒤 시내 구경과 나이트 바자르를 방문했다.
치앙라이는 다른 곳과 달리 시내 부근에는 별로 볼거리가 없고 조금 외각으로 나가야 했기 때문에 다음날 오토바이 빌릴 곳을 알아보고 야시장으로 향했는데, 어쩜 이리도 비가 따라다니는지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내가 예상했던 야시장은 사람들이 가득 찬 모습이었지만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장사는 이어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 먹었던 탓에 배가 고파 야시장이 아닌 조금 나와서 팟타이와 로티(?)를 사서 천막 아래로 에서 비를 피해서 저녁을 해결했다. 비도 엄청 오고 천둥소리가 요란해서 오늘 안에 숙소에 들어갈 수 있을까 염려될 정도였다. 한참이 지나서도 비는 계속 내렸고 하는 수 없이 살짝 잠잠해졌을 때 뛰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둘째 날 아침, 일찍부터 나와 오토바이부터 빌렸다. 그리고 바로 향한 곳은 롱넥 빌리지. 이름만 들어도 어딘지 가늠이 될만한 곳이다.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들어가려는데 한 남자가 불러서 뭐라고 하는데 알아듣지 못해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일행이 그쪽으로 갔다. 가서 자세히 들어보니 입장료를 내라는 것. 물론 당연히 내야 하는 것이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그냥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한쪽 마음이 아픈 건 왜일까. 더군다나 입장료도 말도 안 되게 비쌌다. 어쨌든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가자마자 이곳의 유명한 어린아이가 맞이해준다.
이 소녀는 별도로 외국어를 배우지 않았지만 4개 국어 정도는 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는 미소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이곳에서 지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롱넥 빌리지는 사실 예상과 많이 달랐다. 마치 관광객을 위해 작은 공간에 임의로 마을을 마련해 놓은 듯한 느낌이었고 실제로 생활하는 사람도 볼 수 없었고 형태만 갖춘 상태였다. 마치 패키지여행을 가면 꼭 포함되어 있는 관광상품을 파는 곳 같은 느낌?
다음으로는 Wat tham pha chom, The northern most of thailand으로 향했다. 두 곳은 크게 의미를 둔 곳은 아니고 골든 트라이앵글을 가는 중간에 위치한 장소 정도였다.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30분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곳들이었다.
이 장소에 오르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데, 당연히 통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계단에서 머리를 제대로 박았다. 목이 뒤로 꺾이면서 우두둑 소리가 났는데 심각하게 목에 금이 간 줄 알았다.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일행이 가지고 있는 만병통치 연고인 호랑이 연고를 발랐는데 다음날 생각보다 목이 멀쩡해서 안심했다. 태국은 여행자 보험에 해당되지 않는 국가이기 때문에 여기서 아프면 큰일인데 천만다행.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어떻게 저 길고 무거운 돌을 저렇게 조각해 놨는지 정말이지 보고 있으면 말문이 막힌다. 돌 덩어리에 곡선이 말이 된단 말인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오후쯤이 되자 너무 더워 중간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음료를 마셨다. 그리고 다음은 골든 트라이 앵글.
3면이 바다인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곳이다. 육로 국경으로 이루어진 태국, 미얀마, 라오스가 강 하나를 두고 나뉜 곳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배를 타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조금만 옆으로 가보면 더 높은 곳에서 골든 트라이 앵글을 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Wat pra that pukhao.
올라온 곳에는 모든 것이 노란 천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딱히 모르겠고 그중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작은 불상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곳에서 한참이나 시간을 보냈다. 신기하기도 했고 노을이 지면 조금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점점 어두워졌다. 불길함을 느끼고 바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숙소까지는 오토바이로 2시간 정도. 뻥 뚫린 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헬멧에 빗방물 하나가 똑. 떨어졌다. 그리고 우두두두두두 떨어졌다. 주변은 깜깜해졌고 바람은 심하게 불어왔다. 심지어 빌려준 헬멧의 앞 유리는 흠집과 빗줄기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도로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중간에 한 건물 천막 앞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그런데 건물 안에서 한 여성분이 나오더니 손짓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역시 이번에도 고마우신 분이 등장. 그렇게 들어간 곳은 병원이었다. 겉모습으로는 병원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비는 도통 그칠 줄 몰랐고 하는 수 없이 또 잠시 잠잠해졌을 때 출발했다. 출발하자마자 또 하늘에 구멍 난 듯 비를 쏟았고 마침 기름도 떨어져 주유소를 들렀다. 그곳의 편의점에서 따듯한 커피 한잔으로 1분의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저녁 9시쯤이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식당에 갈 생각도 없이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을 것만 사서 들어와 먹고 씻고 바로 잠에 들었다.
치앙라이에서 가장 유명한 화이트 템플, 이곳만 가면 치앙라이에서의 모든 일정은 끝이 난다. 때문에 오토바이는 오전에 바로 반납하고 로컬 버스를 이동해 목적지로 향한다.
화이트 템플은 유적지 같은 것이 아니고 일반인이 만들어 유명해진 관광지이다. 꿈에서 어머니가 나와 지옥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지은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다시 돌아 나올 수 없다는 결국 한 방향으로만 가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이 이야기를 모른다면 가자마자 느낄 수 있는 것은 정신 상태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화이트 템플은 실제로 보면 눈이 많이 부시다. 반나절 정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왔지만 실제로 5분이면 다 끝이 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데 시간을 많이 쓸 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언제나 씬 스틸러가 등장한다.
들어가자마자 초입에서 볼 수 있는 지옥의 모습. 사진으로도 그렇지만 실제로도 살짝 오싹하다.
생각보다 너무 일정이 끝나버렸다. 그렇다고 주변에 뭘 더 할 수 있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대로 돌아가야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사와. 일본 친구. 버스에서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사와는 나의 다음 목적지인 미얀마를 다녀왔고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치앙라이 다음으로도 빠이를 간다고 했다.(빠이는 태국에서 나의 다음 목적지) 사와와 페이스북을 주고받았고 혹시 교통편이나 기타 셰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 느낌에 왠지 사와를 몇 번이고 다시 만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그날 저녁에 지나가다 한번 더 보고 다음 날도 지나가다 한번 더 봤다. 그리고 빠이에서 결국 함께 다니게 됐다. 이 얘기는 다음에 이어서.
아무튼 그렇게 치앙라이에서의 일정이 끝이 나고 오후에는 다시 빨래를 하고 저녁이 되어서 슬슬 나와 다시 한번 나이트 바자르에 방문했다. 비가 오지 않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여기 오면 먹어야 하는 핫폿(샤부샤부)을 먹었다.
Pic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