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느끼는 그대로 여행.

Laos, Luang prabang

by Moon Heehong

정신없던 방비엥을 떠나는 날, 8시 차를 타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 씻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준비를 하고 모든 짐을 가지고 마당으로 나갔다. 새벽부터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마침내 비가 막 쏟아졌다. 마지막 날이 돼서야 고요하고 운치 있는 방비엥을 볼 수 있었다. 처음 온날과 오늘만 같았으면 방비엥도 꽤 괜찮은 곳이었을 것 같다.

20170331_080030.jpg 교복입고, 우산 들고 자전거 타고 등교하는 여학생들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던 찰나, 같은 방에서 묵던 형(상진)이 나오더니 본인도 오늘 루앙프라방 간다고 함께 가면 된단다. 전날까지만 해도 언제 떠날지 모르던 형이었는데 역시 장기 여행자란 '그날 느끼는 그대로 여행'이지. 그리고 형이 사준 샌드위치를 먹고 우리는 픽업 차량에 올라탔다. 일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우리는 같은 곳을 맴돌았다. 드디어 마지막 탑승객을 태우려는데 그 사람이 뒷좌석에 앉더니 "STOP!!" "나는 이차 못타"라고 소리쳤다. 우리가 한국 버스에 탑승했던가? 아무튼 그분은 자리가 좁다며 항의했고 결국 여행사 사장까지 불러 항의하고 내려버렸다. 그 후로 운전사는 한 시간 동안 거의 30km의 속도로 동네를 돌기 시작했고 그 기사도 가기 싫었는지 다른 기사와 차를 불러 우리를 옮겨 태웠다. 그렇게 예정보다 2시간이 넘어서야 우리는 본격적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전날 먼저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던 일행과 2시에 만나기로 했으나 한참을 늦었다. 그 동생은 우리가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툭툭 기사들과 함께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그리고 약속 장소인 조마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가 상진 형이 사준 커피를 마시고 숙소를 찾았다. 그렇게 짐을 풀고 좀 쉬다가 저녁에 마실을 다녀오고 그 하루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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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마켓도 구경하고, 주변 강의 다리도 건너갔다 왔다. 나이트 마켓은 우리가 보려고 하니까 장사를 접기 시작했다. 우리가 보려고 숙소를 나서니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뭐만 하려고 하면 비가 오거나 끝이 났다.

일괄편집1_DSC02686.JPG 뷔페라길래 무한인줄 알았더니 한접시에 한번 담는 만큼 먹을 수 있는 집. 함정은 배탈난다는 소문.

다음날 아침, 어제 우연히 만난 한국분 3명과 동생이 섭외해놓은 툭툭이(성태우)를 타고 꽝시 폭포를 향했다. (이전에 동생이 유명한 음식점이 있다며 꼭 그 국수를 먹어야 한다 하여 새벽에 일어나서 먹고 출발했다.) 운이 없게도 먹구름이 한가득 껴서 춥기까지 했다. 한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꽝시 폭포에는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많이 없었고 그 이쁜 곳에 빛이 없으니 살짝 우중충해 보였다. 심지어 꽝시 폭포에서 유명한 수영 포인트를 찾을 수 없었다. 이유는 수영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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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편집1_IMG_7460.JPG 영차 영차
일괄편집1_IMG_7468.JPG 신 스틸러들이 오기전에 찰칵, 주인공은 나 아님

그렇게 우리는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꽝시 폭포를 지나 오히려 폭포를 넘어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아! 꽝시 입구에는 미니 동물원이 있어 곰과 몇 종류의 동물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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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서도 우리는 꽝시 폭포가 어디냐며, 수영 포인트는 도대체 어디냐며 사방이 다 수영하지 말라는 표지판뿐이라며 방황하다 기사와 돌아가기로 한 시간이 거의 다되어 포기하고 길을 돌아섰다. 그렇게 내려오는 중간에 거의 입구 초입에서 외국인 몇 명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곳이 수영 포인트였다. 10분을 남기고 이대로 갈 순 없다!! 옷 갈아입고 뭐고 없이 그대로 뛰어들었다.

너의 오디오가 울려퍼지는구나, 고맙다. 희수야.

10분 동안 같이 온 일행과 나까지 셋이서 바짝 뛰어놀고 돌아와 추위를 안고 바람 싸다구 맞으며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몸 좀 추스르고 쉬다가 저녁 즈음이 되어서 다시 나와 언덕 위에 있는 사원을 방문했다.

DSC02706.JPG 사원 가기전 숙소 옆의 또 다른 사원. 색이 어찌나 이쁘던지

그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조금 많은 계단을 올라야 했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는 순간 역시나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운명의 장난인가, 우리가 비를 이끌고 다니는가?

IMG_7480.JPG 이 계단의 6배 정도?

다 오르자마자 우리는 쏟아지는 비를 피해 사원 안으로 몸을 옮겼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외국인들이 비를 피해 자리하고 있었고 모르는 사이끼리도 이야기하며 만남의 장소가 된듯했다. 그때의 분위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빗소리가 들려오고, 비 냄새가 다가오고 살짝 차가워진 공기와 사원안에서 풍기는 향 냄새, 그리고 사람들이 속삭이는 소리들. 어떤 분위기를 느꼈는지 감이 오나요? 부디 조금이라도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있길... 방비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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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고 비는 그쳤다. 하나둘씩 자리를 떴고 나고 밖으로 몸을 옮겼다. 그렇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루앙프라방의 전경이었다. 구름 끼고 비에 젖은 루앙프라방. 사실 루앙프라방도 내 생각과 달리(아니, 어쩌면 내가 너무 상상을 잘못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했다.) 현대적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느꼈던 느낌은 온전히 내가 상상했던 그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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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2756.JPG 항상 눈감은 찰나에 찍어주는 동생, 너에게 고마워
DSC02760.JPG 올라오기전 새를 저 대나무 새장에 넣고 팔고 있다. 올라와서 풀어주는 특이한 문화가 있다.

두어 시간을 보낸 뒤 다시 내려와 어제 못 본 야시장을 대충 보고 일찍 잠에 청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탁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씻지 않고 바로 나와 탁발이 진행될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탁발이 뭔지도 몰랐는데 주변에서 얘기해서 얼떨결에 보게 됐다. 인도에는 의자가 깔려있었고 관광객들이 탁발에 참여하기 위해 먹을 것과 의상을 입고 있었다. 나는 구경하는데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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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은 내 상상과 달리(내 상상과 맞는 게 과연 무얼까.) 그냥 오전 시작 전 음식 등을 받는 매일 행해지는 일상이었다. 뭔가 특별한 행사나 의식을 기대했던 나는 조금 실망했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받은 사람과 주는 사람이 서로 간에 진심이 아닌 무의미한 행동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음식을 나눠주는 관광객은 그 의미보다 사진 찍기에 바빴고 음식을 받은 중(?) 들은 받고 싶은 것만 받기도 하고 심지어 지나가다 버리기까지 했다. 내가 평가할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리 다가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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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이 끝나고 숙소로 다시 돌아와 잠시 잠을 청하고 다시 태국 북부 여행을 위해 준비했다. 버스 시간까지 동네를 거닐고 카페도 가고 식사도 하며 라오스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았다.


Pictures

일괄편집1_DSC02691.JPG 너무도 한적한 메인 Street, 하지만 현대적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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