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느끼는 그대로 여행.

Laos, Vang vieng

by Moon Heehong

아침 7시에 기상했다. 조식을 먹고 방비엥으로 가는 9시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짐을 싸고 나와 Pick up 차량을 기다리는데 다른 차가 와서는 데려다준다고 타란다. 그러더니 한 30초 갔나? 코너를 돌자마자 내려줬는데 그곳에 툭 치면 무너질 것 같은 버스가 있는 게 아닌가. 분명 VIP 버스라고 했는데 다 깨진 창문을 테이프로 대충 붙여놓은 VIP 버스였다. 다른 사람이 탈까 의심했는데 나 같은 외국인들이 가득했다.

5시간을 달려 도착한 방비엥에는 공짜 툭툭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하면서 공짜가 세상 제일 좋다. 숙소에 짐을 풀고 언제나처럼 사진기 하나 챙기고 방비엥 동네를 천천히 돌았다. 비엔티엔과 달리 조용하고(물론 비엔티엔도 조용했지만 다른 느낌) 시골 느낌도 나면서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줬다. 왠지 꼭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은 곳이었다.

일괄편집1_DSC02617.JPG 대나무로 만든 다리, 오토바이도 다니고 차도 다닌다.

그리고 국경에서 만났던 독일 친구들에게서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왔다. 방비엥에 있는데 투어 같이 하자고. 동네를 구경하다가 그들이 말한 투어가 있는 여행사에 방문해서 이것저것 확인하고 원래 계획이었던 훼이싸이에서의 투어를 여기서 대신하기로 했다. 문제는 인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것. 우리 셋이면 가격이 170달러지만 4명부터는 113달러. 우리는 8시 30분에 다시 와서 인원이 더 있기를 바라며 그때 결재하기로 하고 흩어졌다. 그렇게 그 옆에서 나는 저녁을 먹고 다시 여행사로 갔다. 그곳엔 한 커플이 투어를 신청하려 하고 있었다. 나이스. 우리 투어에 합류했고 우리는 113달러에 투어를 신청했다. 그리곤 숙소로 돌아와 1박 2일 방비엥 챌린지를 위한 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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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 챌린지는 산 정상까지 암벽등반으로 올라갔다가 그곳에서 하루를 자고 다음날 짚라인과 엡 셀링을 하며 내려오는 투어다. 방비엥에서 이 투어를 다루는 여행사는 한 곳뿐이라 모르는 사람이 많고 유럽 여행사이기 때문에 더욱 알기 어렵다.

어제 우리와 함께 예약했던 커플이 나와 같은 숙소였다. 짐을 맡기고 픽업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베트남 글은 쓰지 않아 모르겠지만 베트남에서 두 번이나 똑같은 투어에서 나만 픽업하러 오지 않아 엄청 화가 난 적이 있다. 나는 픽업이랑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우리는 걸어서 여행사에 갔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투어는 시작됐다. 가는 길에 우리는 로컬 마켓에 들려 트리 하우스에서 먹을 재료를 샀다. 그리고 한참을 달려 산 아래 내렸다.

일괄편집1_GOPR1656.JPG 내가 넘을 오를 산은 이산의 몇배는 높은 뒷산이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원하는 만큼 물을 가져가라 했다. 공짜에 눈이 먼 나는 3개를 챙겼다. 함정은 가져온 만큼 내가 들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했다. 2L 생수 두 개를 양다리에 묶고 하나는 손에 들고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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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두 시간은 정말 힘들었다. 무거운 짐과 장비, 가파른 산길. 현지 가이드 밍은 날아다니고 서양애들은 신체 조건이 좋으니까 따라가기 힘들었다. 밍도 아는지 '헤이문 아유 오케이?' 항상 나만 체크했다. 처음엔 좀 그랬는데 밍은 항상 나를 챙겨줬다. 위험한 곳에선 물도 대신 들어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고마웠다.

일괄편집1_G0021673.JPG 양 다리에 묶인 4L물과 숨겨진 2L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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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을 지나 마침내 첫 짚라인 도착. 두 개의 짚라인은 맛보기 용이다. 내일 본격적으로 예정돼있으니까. 그리고 바로 암벽등반이 시작됐다. 고리 하나는 가이드 줄에 걸고 다른 하나는 내 진행 방향에 있는 철 계단(?)에 묶으며 올라갔다. 훨씬 힘들 거 같았지만 오히려 재밌고 힘들지 않았다. 앞은 바위요 뒤는 하늘이었다. 간혹 뒤를 돌아보면 내가 붕 떠있는 평온한 느낌을 받았다. 내 평생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생 바위를 등반히기도 하고, 폭포 옆을 등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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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에 시작해서 오후 2시쯤 산 위의 숙소에 도착했다. 말이 숙소지 나무로 지은 쉼터(?)였고 씻지도 못했다. 그리고 밖에서 자야 한다. 그래도 경치 하나는 일품.

일괄편집1_IMG_0423.JPG 내 자리는 여기가 아닌 천장이 뚤린 곳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는데 주어진 한 시간 동안 누워서 바로 잤다. 그리고 폭포 옆을 올랐다. 옆에 더 올라가는 경로가 있어 물어보니 위에서 사고가 몇 번 나서 그곳은 안 간단다. 독일 친구와 나는 GO! 했다. 그 후에 가이드가 따라올라와 이왕 온 김에 절벽에 있는 폭포 웅덩이로 다이빙하란다. 세상 스릴 만점. 이 높은 산에 있는 폭포에서 그것도 다이빙. 그런데 다이빙하러 발을 딛는 순간 미끄러지면서 아래로 흘러 내려왔다. 다이빙 때문에 모든 안전 장비를 풀었던 때라 조금 더 흘러내렸으면 진짜 절벽에서 황천길로 넘어갈 뻔했다.

일괄편집1_GOPR1756.JPG 다이빙 후, 영상은 인스타에서.

하지만 다이빙!!!! 물은 굉장히 차가웠지만 깨끗했고 후련했다. 사실 처음에 너무 차가워서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폭포 쪽으로 가서 밧줄을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6시가 되어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가이드와 도우미가 만들어준 저녁. 처음에는 양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 했지만 완전 싹싹 깔끔하게 먹었다. 전기도 없고 물도 없는 이곳에서 해가 떨어진 7시에는 아무것도 할 수도 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자리깔도 누워 구멍 난 천장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보며 바람소리, 폭포 소리, 새소리, 별빛을 보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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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밍이 모닝커피와 아침밥을 준비해줬다. 대나무를 잘라 컵으로 사용한 일명 대나무 커피. 물론 커피는 믹스 커피. 그래도 좋은 경치와 대나무 컵 덕에 모든 것이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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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여정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짚라인과 엡 셀링을 했다. 가장 긴 짚라인은 700M였고 20번 정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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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장 두려움을 줬던 엡 셀링. 첫 시도를 이렇게 높은 곳에서 하게 될 줄이야. 밧줄 하나에 온몸을 맡겨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게 쉽지 않았다. 첫 시도 때는 소리를 질렀다. 물론 한번 한 다음부터야 쉽게 쉽게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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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4시간 정도를 달려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바나나 잎을 식탁 삼아 손으로 음식을 먹어야 했다. 웃긴 건 오히려 서양애들이 나보다 선뜻 손으로 밥을 꾹꾹 눌러 소스에 비벼먹었다는 것. 식사를 마치고 머리에 렌턴을 달고 어두컴컴한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산 아래 그렇게 크고 신기한 곳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이렇게 모든 여정은 끝이 났다. 방비엥 챌린지는 나에게 참 신선하고 좋은 경험으로 다가왔다. 다음에 꼭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그런 경험이다.


한국에서 한 TV 프로그램으로 인해 유명해진 방비엥의 블루라군을 가려면 꼭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에 묵으라는 주변에 추천에 호스텔에서만 묵던 내가 처음으로 한인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어제 들어왔다.(오자마자 한별이라는 동생을 만나 그 친구 일행과 저녁식사를 했다.) '주막' 세계 여행하고 있다고 하니 있던 분들이 콘센트 젠더부터 코끼리 바지까지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 아침 바로 일일 투어를 참여했다. 카약부터 짚라인, 튜빙, 블루라군을 찍고 돌아오는 일정이었지만 나는 짚라인은 제외했다. 다들 일행이 있고 나만 일행이 없었는데 마침 독일 여성분도 혼자 와서 함께 카약을 탔다.

경치가 너무 좋아서 사진을 찍으려고 고프로를 꺼내는 순간, 배터리가 없음을 확인했다. 독일 친구도 마침 고프로를 쓰고 있길래 혹시 사진 촬영해줄 수 있냐고 했더니 본인도 배터리가 없단다. 결국 우리는 사진 한 장 못 찍었다. 그 좋은 경치를 눈으로만 담아야 했다.

1491738668512.jpeg 이 장면은 놓치기 싶지 않아 다른 분께 부탁했는데, 사진이 영 못나왔다.

2시간가량 카약을 하고, 다들 짚라인을 하는 동안 나는 경치 구경하며 쉬다가 잠시 잠들었다. 1시간쯤 지나서 바로 튜빙을 시작했다. 얕은 물에서 튜브를 타고 동굴까지 들어가는 투어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짧고 특별한 것이 없었다. 투어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 정도 인듯하다.

1491738673005.jpeg 나를 불쌍히 여긴 경치 사진 찍어준 분이 찍어준 사진

다음으로 블루라군!! 블루라군은 총 3곳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가장 대중적인 곳으로 갔다. 여기는 큰 나무에서 다이빙하는 것이 유명한데, 마침 나이 많으신 할머니께서 다이빙하겠다고 올라가셔서 뛰지도 못하시고 내려오지도 못하시고 안절부절못하고 계셨다. 그랬더니 동서양 구분 없이 카운트 다운을 했고 몇 차례만에 할머니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뛰어내리셨고 모두들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나도 당연히 점프! 2,3번 블루라군은 모르겠으나 블루라군 역시 사진 찍기 좋은 소위 말하는 인스타용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인 것 같다. 그것 말고는 그냥저냥.

예상치 못한 순간에 뛰어내려서 잘 못찍었다고, 찍어준것만도 고마워요.

다들 몇 번 뛰고 하더니 지쳤는지 한참을 벤치에서 그냥 쉬다가 돌아왔다. 주막에 돌아오니 저녁에 바베큐 파티가 있었다. 몇 달 만에 먹어보는 삼겹살인지 세상 너무 맛있었다. 물론 가격도 그만큼 비쌌다. 이렇게 삼겹살에 소주, 맥주까지 먹고 이차(?)로 방비엥의 유흥으로 유명한 사쿠라바와 서양인들이 주를 이루는 다른 한 곳도 방문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레이디 보이가 자꾸 쫓아다녀서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분위기만 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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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에서 투어 비용이며 식비며 너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라오스와는 정말 거리가 멀었다. 내가 상상했던 라오스는 전통 차림의 사람들이 길을 거닐고 종교적인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고 자연이 살아있는 곳을 생각했는데 이미 관광객이 가득 찼고 라오스의 색깔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라오스도 몇 년 전과 많이 바뀌었다는데... 글쎄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도시인 루앙프라방을 가봐야 알겠지만 방비엥 챌린지를 제외한다면(물론 방비엥 챌린지도 라오스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오스는 크게 내 생각을 벗어나 조금 실망스러운 곳이다.

내일 나는 루앙프라방으로 간다.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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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편집1_DSC02664.JPG 방비엥 열기구, 나는 터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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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편집1_DSC02680.JPG 남희석 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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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편집1_GOPR1709.JPG 대나무를 이용한 수로
일괄편집1_GOPR1791.JPG 손으로 먹는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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