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느끼는 그대로 여행.

Thailand, Bangkok - Pattaya

by Moon Heehong

캄보디아에서 분명 나는 무료 와이파이와 스낵, 음료, 화장실, 그리고 가이드까지 겸비한 버스표를 구매했다. 그런데 단 한 가지도 준비된 것이 없었다. 이 상황을 예상했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친구들도 언제나 그랬으니까.

캡처.PNG 심지어 현대에서 만든 10년전 고속버스를 타고 방콕으로 왔다.(사진 캡쳐)

문제는 육로 국경에서 시작됐다. 갑자기 버스에서 내리라더니 버스와 가이드는 사라졌고 나는 길바닥에 놓였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체. 주변 상인들에게 물어물어 간신히 국경 출입국 관리소에 도착해 외국 관광객들에게 물어 준비 서류를 작성했다. 모든 것들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고 대처하기가 어려웠다. 유심을 사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흔한 인터넷조차 접속이 안됬기 때문에.. 그리고는 한참을 또 내가 타고 온 버스와 가이드를 찾아야 했다. 관리소에서 20분쯤 걸었을까? 저 멀리 가이드가 계단에 앉아 현지인들과 놀고 있었다. 다 해결했으니 더 이상 힘 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7시 30분에 출발해 5시 도착 예정이던 나는 9시에 방콕에 도착했다. 그리고 구글맵을 켜고 바로 걸어서 숙소를 향했다.


"We don't meet people by accident,
they're meant to cross our path for a reason"

그날 외국 친구가 나에게 해준 말이다.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 우선 나가 보자 하고 나왔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걸었다. 태국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게 생각나서 은행을 찾았는데 아뿔싸, 오늘은 토요일. 바로 여행자 거리로 가서 사설 환전소를 찾아 100달러를 내밀며 "50달러만 환전하고 50달러는 그냥 줘." 했더니 100달러 다 환전해야 한단다. 분명 100달러는 너무 많이 환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20곳을 물어봤는데 1곳에서 간신히 50달러만 바꾸고 해냈다는 생각에 기분이 급 좋아졌다. (물론 내 예상은 바로 틀렸다. 첫 번째 Temple 입장권에서 1/3을 썼으니까.)


일괄편집_DSC02100.JPG 환전하러 가는 길에 만난 현지 버스

무슨 날인지 현지 사람들이 모두 검정 옷을 입고 나와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모두 신분증 검사를 받아야 통과됐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날 덕분에 많은 덕을 봤다. 공짜 점심 얻어먹고, 간이 보건소가 있어 넘어져 다친 상처를 치료받았다. 목이 마르던 찰나에 무료 음료수와 아이스크림도 나눠줘서 먹었다. 과자도 주길래 챙겨놨다.

일괄편집_DSC02473.JPG 맛은 딱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대신 공짜밥
일괄편집_DSC02217.JPG 웨어아유컴, 코레? 코레?

그리고 온종일,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Pum phra sumen, Khaosan road, Wat mahathat, Wat phra kaeo, Wat pho, Wat arun, Statue of kong rama1, Memorial bridge, crossing vote, Saranrom park, etc..

일괄편집_DSC02129.JPG 유럽인가요? 방콕에 왔는데.
일괄편집_DSC02152.JPG 예전엔 마냥 이쁜 유럽 건축 양식만 좋았는데, 요즘은 Temple이 더 좋아.
일괄편집_DSC02176.JPG 많은 사람들이 저 포즈를 따라 사진을 찍었다.
일괄편집_DSC02187.JPG 이 나라의 기술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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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편집_DSC02328.JPG Wat arun 가기 위해 배를 타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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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편집_DSC02405.JPG 플라워 마켓에서 큰 꽃다발을 1000원도 안되게 판다.

모든 일정을 다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또 무료 저녁을 나눠주길래 줄을 서서 받아먹고 있었다. 그때, 한 현지 여성분이 다가와 손에 든 봉투를 내게 건넸다. 내가 어리둥절해 하자 그녀는 봉투를 열어 보여줬다. 볶음밥과 새우였다. 내가 너무 불쌍하게 먹고 있었나? 아무튼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Thank you.

일괄편집DSC02477.JPG 보기엔 이래도 맛은 일품.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가만 보니 내가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항상 현지 사람들이 먼저 말을 걸어 답을 주곤 했다. 시끄럽고 낙후된 환경이지만 정이 있고 따듯하다. 한국도 예전엔 그랬던 것 같다. 집 키를 앞집에 맡기기도 했었고 화장실도 쓰곤 했다. 이웃집 벨 누르는 것이 어렵지 않았었다. 벨 누른 지가 언젠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돈이 문제일까? 이곳도 그렇게 변해갈까.


3월 12일. 내 생일. 생일 기념으로 파타야를 가기로 했다. 파타야에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려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구글에서 알려준 곳으로 가도 버스는 지나칠 뿐 멈추지 않았다. 지나가는 두 학생에게 물어봐도 여기가 정류장이 맞다는데,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단다. 그래서 알려준 곳으로 갔더니 또 버스가 오지 않았다. 그때 현지 여성분이 다가와서 "도와줄까요?"라고 물었다. 노선이 전체적으로 바뀌어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알려줬고 나는 그곳에서 마침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2번 버스. 이 버스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지만 대신 무료 버스다. Eastern bus terminal에서 내려 표를 샀다. 이 표값은 표를 구매하는 날짜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것 같다.

20170312_131951.jpg 바닥은 나무로 되어있고, 에어컨은 없다. 특이한건 무료

터미널에 도착해서 한시쯤 버스를 탔다. 그렇게 한 4시간쯤 달리면 태국의 오른쪽 남부 파타야에 도착했다. 1시간 거리에 있는 숙소를 역시나 걸어서 가고 있는데 한 중간쯤 가고 있는데,,, 세상에 버스에 트레킹화를 놓고 온 것 아닌가. 아직 트레킹 시작도 못해봤는데.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왔고 짐도 무거웠기에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사정을 설명하고 전화해서 확인 좀 해달라고 했더니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수 없이 바로 뛰어서 다시 버스터미널로 갔다. 다행히 그 버스는 돌아가지 않고 차고에 대기 중이어서 찾을 수 있었다. 생일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그리고는 파타야의 여행자 거리 Walking street으로 향했다.

20170312_212612.jpg 파타야의 중심가

여기서부터 파타야에 대한 나의 환상은 깨지기 시작했다. 세부나 하와이처럼 그런 휴양지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분위기의 파타야. 이곳의 문화라고는 하지만 내게는 그저 환락가처럼 보였다. 해변가에는 현지 여성들이 조금씩 거기를 두고 서있고 서양 할아버지들이 말을 걸었다. 술집 테이블 위에는 현지 여성들이 춤을 추고 있었고 워킹 스트릿을 걷고 있으면 여성들이 다가와 놀다 가라고 놔주질 않았다. 바로 다시 방콕으로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숙소를 2박이나 예약해놨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었다. 최악의 생일이었다.

20170312_211304.jpg 워킹 스트릿안에 있는 술집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자려는데 옆 침대에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인도 친구였다. 내 여행 리스트에 인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다음날을 파타야에 있는 섬에 들어가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11시쯤 인도 친구와 항구로 향했다. 어제 출발 시간과 가격을 모두 확인했기 때문에 당연히 섬으로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매진인지 뭔지 표가 없단다. 하는 수 없이 둘이서 해변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했고 파타야에서 유명한 쇼를 보기로 했다.

20170313_154110.jpg 파타야 해변, 그다지 깨끗하지 않아 사람이 많이 없다

트랜스젠더 쇼라서 별로 보고 싶지 않았지만 할 것도 없고 워낙 유명하다고 유명한 3개의 쇼 중에서 그나마 선정성이 덜한 Tiffany show를 보기로 했다. 바로 당일의 표라 구하기 어려웠고 가격도 비싼 편이 었지만 한국에서 도움을 받아 저렴하게 좋은 자리로 확보했다. 인도 친구가 너무 고맙다고 했다.

20170313_131215.jpg 평소라면 걸어다니지만 동행이 있기에 파타야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쇼는 수준 낮은 뮤지컬을 본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이 노래 저 노래 흉내를 내는 정도였다. 공연이 시작되어도 사람들은 떠들고 이동했고 심지어 쇼를 관리하는 직원조차 공연 중에 앞을 왔다 갔다 한다. 우리나라 아리랑도 나오는데 의상이 전혀 한국 전통의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트랜스젠더들이 너무 완벽히 오히려 여자보다 더 이쁜 모습이었다. 그리고 굉장히 당당한 모습이었다. 이 또한 이 나라의 문화니까 내 선입견 때문에 이 쇼를 못 볼 뻔했다. 한 번쯤은 볼만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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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3_204920.jpg 사진을 찍으면 20바트를 줘야해서 몰래 찍느라 다 흔들렸다

이렇게 또 하루를 마무리 지었고, 다음날 아침 일찍 섬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인도 친구를 만나 선창장으로 다시 향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같이 아침밥을 사고 각자 30바트씩 내고 배를 탔다. 이 친구는 돼지, 소고기를 잘 먹을 수 없어 항상 밥 먹을 때 고생했다. 태국은 거의 소고기, 돼지고기 음식이 주를 이루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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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편집1_20170314_092044.jpg 안전에 민감한 우리 인도 친구, 열심히 조끼 입는 중
C360_2017-03-14-09-32-57-897.jpg 배에서 아침에산 밥 먹기, 50바트면 2천원도 안하는걸 비싸다고 이걸 살까말까 고민했다

파타야의 코란 섬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사진에 그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함이 너무 아쉬웠다. 항상 느끼지만 카메라가 사람의 눈을 따라오지 못해 항상 내가 보는 느낌 그대로를 나누지 못해 너무 아쉽다. 우리가 다녀온 해변은 도착한 선착장의 반대편에 있는 해변이었다. 한 40분쯤 섬의 정상까지 올라가서 다시 내려가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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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60_2017-03-14-10-26-58-751.jpg 맑고 예쁜 색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일괄편집1_G0161509.JPG 수영 못하는 인도 친구
일괄편집1_G0211557.JPG 둘이서 이러고 놀았다

수영을 못하는 인도 친구와 나는 남자 둘이서 딱히 할 게 없었다. 같이 잠수나 하고 수영 조금 가르쳐 주고 사진 찍고 놀았다. 그래도 재미없거나 지루하거나 하진 않았고 그 분위기와 느낌이 너무 좋았다. 평온했고 따듯했고 해변은 활기찼다. 그러다가 고프로를 바닷속에서 잃어버렸지만 인도 친구를 잃어버린 부근에 세워놓고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하고 잠수해서 1시간 만에 찾았다. 두 번째 생일 선물. 요즘 자꾸 깜빡하거나 물건을 잃어버려서 큰일이다. 사실 베트남에서 여권을 잃어버렸는데 간신히 찾았었다.


그렇게 4시쯤 섬에서 빠져나와 인도 친구와 다시 인도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는 방콕으로 향했다.


Pictures

일괄편집_DSC02136.JPG 무료 셔틀이 있어 2층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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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편집_DSC02215.JPG 본인 전봇대인듯, 자리펴고 악세서리 만드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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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편집_DSC02445.JPG 가장 느낌있는 세븐일레븐이 아닐까?
일괄편집_DSC02436.JPG 돌아오는 길에 Bridge 에서 노을보며 잠시 생각하는 여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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