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현기 Sep 06. 2019

양면잠바

팔꿈치를 덧댄 셔츠와
밑단이 해진 바지가
켜켜이 쌓인 추억의 옷장에는
 
지금처럼 덥지 않은 여름과
지금처럼 춥지 않은 겨울을
모두 버텨내는 양면잠바가 하나 있다
 
안감이 파랗고 겉감이 빨간 잠바가
빨랫줄에 흔들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태극기 같다
 
어디 갔는지

지금껏 옷의 형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양면잠바처럼 내 속을 드러낼 일도
점점 줄어든다
 
세상이 속을 뒤집어놔도 예쁜 모습 보이는

양면잠바만큼의 여유가 내게 있는지


물어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