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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기 Apr 12. 2020

계절과 해충에 대한 단상

이웃집 현관문에 매달려있는 모기를 봤다.
아직 쌀쌀한 4월인데, 모기라니.

너무 빨리 온 거 아니니.
작은 집 거미가 거실 천장에 매달려있던 적이 있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아내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집 거미는 좋은 신호야. 해충을 잡아먹고 사니까."
그다지 설득력 있는 말은 아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벌레를 싫어하지 않는다.
굳이 죽여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서
가볍게 티슈에 싸서 창밖으로 털어버린다.

예전에 생활했던 신주쿠의 좁은 멘션에서
일본 특유의 거대 바퀴벌레를 처음 맞닿뜨렸을땐
나도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거실에 있는 놈을 피해,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다.
그리고

내가 바퀴벌레를 무서워해야 하는 이유를 더듬었다.
사실 나보다 무서운 건 저 쪽일 것이다.
바퀴벌레는 지금 자기보다 100배는 큰 포유류가
두 개밖에 없는(벌레 입장에선) 이상한 다리로
뒤뚱거리며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고만 것이니까.
그리고 나는 방문을 열었다-

요즘엔 집 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내가 내게 말한다.
"그건 그거대로 좋은 일 아냐?
집 거미가 없다는 건 먹을 해충이 없다는 의미니까."
그래, 그건 그거대로 좋은 일인 듯하다.
모기든 거미든 다 반가울 것 같으니
따뜻한 계절이 얼른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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