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듭니다.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기분,
힘을 축 늘어뜨려 놓을 때 비로소 내가 많은 힘이 들어간 채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귀찮은 샤워를 마치고 잠에 들기로 했다. 자기 전 봤던 영상들이 기괴하게 변하면서 꿈속에 나오기도 한다. 가끔은 신기하고 흥미로운 꿈들이 많이 나와 나의 글 소재가 되어주기도 하는 고마운 존재이다.
술에 취할 때 나는 잠이 드는 버릇이 있다. 주변에 있는 사람이 힘들어지는 버릇이기에 술을 자제한다. 잠이 모자란 것 아니냐 너 너무 바쁘게 살지 않냐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을 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술에 많이 취할 때 잠이 드는 이유는 평소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는 뜻인 것 같다.
몸과 정신은 이어져 있다고 한다. 몸이 편안하면 정신이 편하고, 정신이 편안하면 몸이 편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적지 않은 돈을 내면서 끊은 헬스장에서 내가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한 때 스트레칭이었다. 몸에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어색하지만, 저녁에 집에 들어오기 전 헬스장에 들러 꼭 스트레칭을 하고, 체력이 부족한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달리기 몇 분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이 습관을 몇 달을 유지하지 못한 채 근력운동으로 바꿨지만.
항상 몸에 긴장이 많은 편이었다. 엄하다면 엄한 집안 환경에서 자랐고, 성격이 그에 맞춰 성장했다. 눈치를 많이 보게 되는 성격과 긴장하면 뚝딱 거리는 성격까지 생겼다.
과거 MBTI가 한창 떠오를 때 나는 ESTJ가 나왔었다. 이를 주변인들에게 알리자 그다지 좋지 않은 MBTI라며 나를 보는 시선들이 조금은 매서웠다. 워낙 딱딱하고, 계산적이며 감정이 없는 상태를 그대로 나타내는 MBTI라는 것이다. 적지 않은 인간관계를 겪고, 상처도 받으며 나름의 경험도 많이 겪었다. 그것이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말이다. 추억하고 싶은 시기도 있으며, 잊어버리고 싶은 시기도 있다. 나는 1년 간격으로 MBTI를 검사했던 것 같다. ESTP .. ENTP.. 하나씩 나의 성격들이 바뀌어 갔다. 왠지 모르게 자부심을 갖고 있던 MBTI 중 T라는 성격마저도 나를 떠나갔다. ENFP.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ENFP가 제일 좋은 듯하다. 그러다 이 글을 쓰는 기준 어제 일자로, 나는 INFP가 되었다. 4년 정도만에 나는 모든 MBTI가 바뀐 것이다.
몸에 힘을 주고 있었던 과거의 나를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살았나 싶다. 얼굴에 가면을 스스로 자처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위장하지만 속으로는 슬퍼하고. 지금은 비교적 몸에 힘이 많이 빠져 자연스레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몸에 힘을 빼기 위해 잔뜩 올라가 있는 어깨에 힘을 툭툭 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