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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변하는 말투의 온도

너 앞에서만 그러는 거야

by 문작가

내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던 찰나, 일하는 곳에서 회식 자리가 잡혔다. 동네 친구들 말고는 인간관계가 영 없던 나는 단숨에 수락했지만, 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만뒀던 사람들도 몇 명 온다 하길래 나를 불편해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다행히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외향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나를 잘 챙겨줬다. 소극적인 남자와 리더십 있는 여자분들의 조금은 낯선 조합이었다.


기에 눌린 건지, 기가 뺏긴 건지 나는 평소보다 더 적은 말과 작은 말, 더 느린 말로 답변을 했다.


오래 봤던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는 맥락 없는 개그를 위주로 웃기기도 하며, 말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너 앞에서만 그러는 거야”라는 말에

“여기서도 그러는데 거기 가서는 어떻게 하려고?”라고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사실 이 말을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짜증이 난다.


내가 지금 대화하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성과

그 사람의 성격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대화하게 될 사람과는 거의 모든 것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부모님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집에서도 이러면 사회 나가서 어떻게 할래?”


나는 부모님한테 무뚝뚝한 자식이었다.

대답은 항상 ‘네’로 끝냈다.


‘아니요’라고 하면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더 길게 추가 답변을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종종 밖에 나가서 어른들을 대하거나 인간관계에 대해 걱정하는 말을 하시곤 했었다.


한 번은 걱정하지 말라고 집에서만 이러는 거라고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울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 부모님이나, 교수님, 그냥 아는 어른 등 한테는 넉살도 많이 부리며 말을 많이 붙이는 편이다. 물론 안 그러는 어른들도 있다. 별로 넉살을 부리고 싶지 않은 어른들도 분명 있으니.

인생에 답을 찾는 게 어렵다는 말이 나는 너무 공감된다. 같은 상황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내 성격은 계속해서 변해가는 것 같다. 비슷한 상황과 비슷한 사람이어도 미묘한 차이로 내가 말을 많이 하거나, 말을 적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항상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나의 성격이 빠르게 변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소한 예로는 같은 사람이랑 있어도 시끄럽게 떠들다가 주변에 사람들이 점점 없어져 조용해지면 나도 왠지 센치해져 조용해진다. 그러다 보니 나를 이중인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장난반진담반이라곤 하지만 진담이 조금 더 높아 보이긴 한다.


"그냥 이게 나니까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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