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인생 사전
●벗: 오랫동안 자신만의 눈으로 한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사람.
장난기 많던 한 고참이 ‘구포데기’라고 부르던 군대 시절 동기가 있었다. 이름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고향이 부산이었다.
우리나라 남자 이름으로 흔한 ‘현철’이어서, 그 당시 막 뜨던 김현철의 노래 <달의 몰락>을 불러 보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구포데기는 어설프고 서툰 나와 달리 그런 놀림이나 장난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능청스럽게 넘어가는 법을 알았다.
우리 둘은 1993년 8월 동기 중에서 입대 날짜까지 같아 그야말로 단짝이었다.
1988년 올림픽 이후 1997년 외환위기 사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시절’이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군대는 그 모든 호황과 소란과 거품과 단절되어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사회에 대한 그리움을 간간이 달래 주는 것은 <날개 잃은 천사>(룰라)나 <하얀 겨울>(미스터 투) 그리고 <그 후로 오랫동안>(신승훈) 같은 노래뿐이었다.
군대 생활의 한복판인 1994년, 나는 향수병과 복무 염증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위기를 그럭저럭 넘어가서 내가 무사히 제대한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그 위태로운 시절, 나를 잡아 준 것은 ‘구포데기’가 보내 준 짧은 쪽지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네가 이해 안 되는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늘 나만의 눈으로 너를 보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