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인생 사전
●화진포: 나만의 인생 여행지.
일부러 조금 외로운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 내가 거의 늘 도착했던 곳은 동해 화진포(花津浦)였다. 물론 피서객이 드나드는 여름철은 아니고, 나들이하기 좋은 5월이나 10월도 아닌, 주로 아직 바람이 차가운 이른 봄이나 9월이었다.
그렇게 나는 삶의 고비마다 화진포를 찾았다. 아마 그 시작은 대략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무렵부터가 아닌가 싶다.
사회 초년병 때는 누구나 조금씩 시행착오나 실수를 하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만, 학생 시절 내내 조용한 아웃사이더로 지내던 내게는 일이나 인간관계 모두 너무나 힘들고, 불편하고, 서투르기만 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늘 근태는 아슬아슬했고, 단체 사원 연수를 증오했으며, 선배에게 술자리에서 대들기도 했다. 또, 몰래 좋아하던 여직원을 사원 식당에서 먼빛으로 바라만 봐도 가슴이 쿵쾅거리던 시절이기도 했다. 10여 년이 더 흘러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보니 영락없는 ‘볼 빨간 사춘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좌충우돌하며 한편으로는 외로운 시기를 겪으며, 나는 가끔씩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참 오랜만에 내가 군대 시절을 보낸 강원도 고성 그리고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화진포를 떠올렸다.
그런데 호수와 바다가 함께 이어진 이 아름다운 화진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드라마 〈가을 동화〉(윤석호, 2000) 때문임을 뒤늦게 알았다. 어떻게 된 까닭인지 나는 아직도 이 유명한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고전 영화는 즐겨 찾아보지만,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수십 회짜리 드라마를 다시 찾아보는 것은 여전히 번거로운 일이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찾아 간 화진포는 늘 아름다웠지만 또 얼마쯤은 쓸쓸했다. 화진포 바다와 호수를 걸으며 나는, 핼쓱히 먼 산에서 하나씩 피어오르는 사월의 연초록 잎들을, 앙증맞게 작은 꽃망울을 입에 물고 바람에 흔들리는 해당화를, 거칠고 강인한 해송의 이파리들을 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뻔질나게 드나든 화진포지만 여전히 이 사랑스러운 공간에 대한 나의 그리움은 다하지 않았다.
가끔 나는 꿈꾼다. 생각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살며 화진포를 만나는 꿈을…. 그나마 그것이 늘 정다운 ‘인생 친구’에 대한 내 자그만 우정의 표시라도 되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