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보다 네루다?

에필로그

by 시를아는아이

번역과 관련해서 다만 원문에 충실한 것이 좋은지, 새롭게 번역된 언어에 어느 정도 맞추는 것이 좋은지는 영원한 논쟁거리이다. 아니, 어쩌면 모범 답안은 이미 나와 있는지 모른다.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번역된 언어의 문학 작품으로서도 읽을 만한 결과물이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문제다.

처음 네루다를 우리말로 번역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번역자는 아마 정현종(1939~ ) 시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번역 후기에도 스스로 밝혔듯이, 스페인어 원문이 아닌 영어 중역(重譯)이다. 번역자 자신도 이런 점이 아무래도 조금은 부담스러웠던 듯하다.

제2 외국어로도 스페인어를 접해 본 적이 없는 나 같은 독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스페인어 전문가들은 해당 네루다 번역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거의 우리 시처럼 매끄럽게 읽혔고, 그 바탕에는 뛰어난 시인이기도 한 번역자의 힘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했다.

물론 해당 언어의 전문가들이 엄정하게 평가하면 번역에도, 90점짜리도 있고 60점짜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독자들의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처음에 어떤 번역으로 먼저 읽느냐가 아닐까 싶다. 일종의 ‘선점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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