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킨, 러시아가 사랑하고 자랑하다!

에필로그

by 시를아는아이

《전쟁과 평화》 등 톨스토이와 같은 러시아 귀족 출신 작가들의 작품에는 시골 영지에서의 생활이 흔히 등장한다. 그러한 작품 속 영지는, 마치 우리의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속세를 잊고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었듯이,

옛 귀족들이 도시 생활이나 정치적 혼란을 피하는 곳이자 사회적 모순을 깨닫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공간이기도 했다.

명문 귀족 가문 출신인 푸시킨에게도 영지는 유배와 정치·사회적 불안정 속에서 잠시 벗어나 안식을 찾고 새로운 작품을 꿈꾸는 쉼터이자 작업실이었다.

특히 그가 보로지노의 영지에 들렀다가 콜레라로 인해 발이 묶여 세 달가량 머문 1830년 가을에는 《예브게니 오네긴》, 《벨킨 이야기》 등 걸작이 쏟아져 나왔다.

전염병으로 인한 불안과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에 시달리면서도 짧은 기간 동안 오랜만에 대자연이 주는 평화와 영감, 그리고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여 작품을 생산해 낸 이 시기를 특별히 ‘보로지노의 가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푸시킨의 그 가을은 단순히 그가 영감만을 기다렸다면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시인의 머릿속에서 이미 무르익어 가던 ‘작품’에 보로지노의 가을빛이 한 줄기 푸르른 불꽃을 던져 주었던 것은 아닐까?

▴푸시킨이 그린 오네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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