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어느 전설 속
남매처럼
단풍나무와 참나무가
서로 얽혀
나란히 그늘을 드리우는
고향의
당산.
마을 뒤편
당산은
정자이기도 했고
놀이터이기도 했고
마을 회관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주름처럼 깊어진
두 나무의 등걸.
거친 황골 할매 손등 같기도 하고
여름방학마다 소 먹이러 갔던 배암골 같기도 하고
우리 뒷밭 긴 고랑 같기도 한데,
누군가
두 그루를 함께 심은 뜻이 있을까?
옛날에는
개구쟁이들처럼 서로 다투던 것이
이제는
해로한 부부처럼 서로 애틋해지는 것은
왜 일까?
잊혀진
어느 전설 속
그윽한
이야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