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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를아는아이 Feb 20. 2022

당산 나무

시집

어느 전설  

남매처럼


단풍나무와 참나무가

서로 얽혀


나란히 그늘을 드리우는

고향의

당산.


마을 뒤편

당산은


정자이기도 했고

놀이터이기도 했고

마을 회관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주름처럼 깊어진

두 나무의 등걸.


거친 황골 할매 손등 같기도 하고

여름방학마다 소 먹이러 갔던 배암골 같기도 하고

우리 뒷밭 긴 고랑 같기도 한데,


누군가

두 그루를 함께 심은 뜻이 있을까?


옛날에는

개구쟁이들처럼 서로 다투던 것이


이제는

해로한 부부처럼 서로 애틋해지는 것은


왜 일까?


잊혀진

어느 전설 속


그윽한

이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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