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대학 새내기 시절
나는 결국
막걸리 사발식에
적응하지 못했다.
군대 시절
나는 끝내
관심 사병으로 제대했다.
직장 시절에
나는
동기들과 어색했고
후배들과 낯설었고
선배들에게 대들었다.
어쩌면
나는
단 한 번도
적응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가까스로
살아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
스쳐간
어느 직장에서
그야말로 조직에
한몸처럼 완벽하게 적응한
사람을 본 적 있다.
이십대인데도 이미
능숙한 배우 같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적응한다는 것은
어쩌면
소중한 무언가를
하나씩
잃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웃고 있는
가면 아래
하나씩
무수한
진짜
얼굴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