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미나

섬 아닌 섬

by 시를아는아이

‘새미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를 만난 적이 있는가?

‘새미나’라는 이름은 살아가다보면 한 번쯤 만나게 되는, 한 번 들으면 절대 잊히지 않는 이름 중에 하나다. 20년 넘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얼굴이나 전체적인 모습은 흐려지는데 오직 그 이름만은 어제 들은 것처럼 생생하다.

새미나는 원장님의 딸이었다. 일종의 청강생이었다고 할까? 열심히 수업을 듣는 것 같지는 않은데, 가끔씩 출몰(?)해서 자리를 지켰다. 다들 처음에는 ’쟤 뭐야?’ 이런 시선으로 보다가, 너무 자연스스럽게 행동해서 그런가 보다 하다가, 신분(?)을 알고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랄까… . 요즘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이렇게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 동국대학교 학생이라고 들었는데, 학교보다 학원을 더 좋아하는 듯했다. 심지어 알바도 학원 근처 기원에서 했다. 편의점 알바 등이 일반화된 요즘과 달리 과외 외에 딱히 대학생 알바라는 것도 흔하지 않던 시절이이었다.

철없는 막내딸 같았다고 할까? 왜, 같이 있으면 크게 하는 일도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행복할 것 같은 사람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데뷔 시절의 배우 이나영의 이미지와 비슷했던 듯하다. 새하얀 한지처럼 텅 비어 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

아무튼 여자도 연애도 몰랐던 나는 대책없이 그녀가 알바 하던 기원에 가서 일부러 앉아 있고는 했다. 내가 아직까지 안 해 본 일 중 하나가 바둑인데… . 찾아가면 그저 가볍게 아는 척하고, 멋쩍은 눈웃음만 남기고 차만 주고 돌아설 뿐인데… . 하지만 그 공간의 잔잔한 분위기와 부드러운 공기는 오랜 시간이 흐름 지금도 가끔씩 생각난다.

그런데 비주얼이 예쁜 여성에 대한 세상 젊은 남자들의 맹목적인 관심 혹은 쏠림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서 ‘새미나 앓이’를 하던 남자들이 학원에 적지 않았다. 이런 일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나뉘는 법… . 새미나는 이미 학원에서 남매처럼 친한 B라는 남자가 있었다. 사실 내가 몰랐다기보다 사랑이라는 환상에 빠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

그래도 무모하지만 나는 마음을 고백했고 결과는 예상한 대로다. 그런데 내 고백에 대한 새미나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나는 오빠 같은 스타일보다 ‘양아치’ 같은 스타일을 더 좋아해요.”

KO! ‘좀 놀아 본’ 세상 양아치들에 대한 내 오랜 증오와 컴플렉스가 그 순간부터 시작됐다고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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