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브런치 일기를 끝으로 아무 것도 쓰지 못했다.
모두 예상하던 결말이었나?
일주일에 한 번 쓰기를 약속했건만, 두 달 내내 아무것도 쓰지 않다니. 뻔뻔하다. 스스로를 질책한다. 그리고 변명도 생각한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이 또한 코로나 19 때문인가?
그렇다.
코로나 19와 함께 나의 일상도 망가졌다.
학교를 가지 않는 딸과 회사를 가지 않는 남편, 삼시세끼 밥을 해야 하는 내가 집안에 남았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성당에서도 각종 모임에서도 모두 우리를 오지 말라고 하고 우리는 사회적 거리를 지키기 위해 집안에 고립되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글쓰기를 멈췄다.
진정한 작가라면 코로나 19를 겪으며 느끼는 일생일대의 경험을 글로 남겼겠지만 나의 사고는 코로나 19와 함께 정지했다. 그냥 그러는 편이 쉬웠기 때문이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뉴스를 보고, 카톡 방 여기저기 퍼다 나르는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들, 걱정과 푸념, 불만과 혐오를 마주하다가 지쳐 버렸다. 그리고 사고를 멈추기로 했다.
일주일이면 끝나겠지? 하던 날들이 열흘, 보름, 한 달이 되고, 오늘 아침 달력은 4월 1일. 이제야 퍼뜩 정신이 든다. 지난 2월과 3월은 먹고사는 데만 온 정신을 쏟았구나. 물론 그 또한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지나고 보니 역시 후회가 든다.
어제 교육부의 발표를 보고 이제 언제쯤 학교를 갈 수 있는지는 점쳐보지 않기로 했다. 남편의 재택근무와 간헐적 출근도 종료 시점을 알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일에 끝을 기대하고 있었으니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었다. 두 달을 웅크리고 있었으니 이제 받아들여야 함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일단 불평과 불만을 내뱉지 않기로 한다. 이 시국에 불평이라도 할 수 있음은 팔자 좋은 고민이라는 것을 나 또한 알고 있음으로 사사로운 불평과 불만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겠다. 그렇다고 과다한 긍정 에너지로 하루하루를 채우지도 않겠다. 그 또한 얼마 못 가지 않음을 알고 있음으로.
그저 담담하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보기로 한다. 늦잠을 자지 않고, 하루에 한 번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산책하고, 읽고 싶은 것들을 읽고, 일주일에 한 번은 일기를 쓰자고 다시 결심한다. 자기 주도 100%로 일상을 꾸려보자. 더 이상 외면하기도 무시할 수도 없는 코로나 19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은 건강한 정신으로 스스로를 다잡는 방법밖에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