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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푸레나무 식탁 Nov 05. 2020

독서 일기 –  이건 내가 썼어야 하는데!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를 읽고

신간 코너를 둘러보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라는 제목을 읽는 순간, 저~기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적수에게 옆구리를 관통당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이건 내가 써야 하는 얘긴데! 이미 늦었구나!

하루 이틀 사흘 나흘만 있으면 내가 쓸 수도 있었을 얘긴데, 에라이 듣도보도 못한 이주윤 작가가 미래의 내 책을 훔쳐 가 버렸구나. 내가 잠깐 방심한 사이에!

나는 조금 우울한 기분이 되어 책 소개만 읽고도 질투심이 휘몰아쳐 그 책은 안 사기로 했다. 이주윤 작가는 ‘팔리는 작가가 되겠다’지만 심지어 나는 책 낸 작가라도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도 잘 팔리는 작가가 되고 싶지만 독자들은 김애란, 임경선, 이슬아만 좋아한다.’는 그녀의 화끈한 고백은 바로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단골 멘트 아닌가. 김애란과 이슬아, 임경선을 얘기하며 찬양과 질투의 롤러코스터를 태우다가 이런 시간에 한 줄이라도 더 쓰는 게 낫겠다고 결론을 내는 것은 버릇처럼 하던 일이었으니까.

이 한 문장으로도 그녀가 무슨 얘기를 할지 어마어마하게 궁금했으나 그날은 불타는 질투심이 호기심을 눌러 그 책을 사지는 않았다. 하지만 며칠 후, 북클럽에 그녀의 책이 신간으로 등록되자마자 나는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팔리는 작가가 되고 싶은’ 그녀의 욕망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책장을 펼쳐보자.     


이주윤 그녀는 글쓰기와 무관한 전공을 하고, 글쓰기와 상관없는 직업을 가졌으나 글쓰기에 대한 열정으로 글쓰기의 언저리를 맴돌다 출간을 했다. 성인용 단행본만 무려 6권을 낸 명실공히 작가이지만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 인세로만 먹고살고 싶은 욕망에 관한 이야기. 그녀는 김애란, 이슬아 같은 출판계의 핫 피플이 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수많은 작가와 예비 작가들의 욕망을 어둡고 습한 곳에 지하에서 그대로 꺼내다 길가 장마당에 떡하니 시전 한다. 날 것의 욕망을. 하지만 멈추지 않는 글쓰기의 삶에 대해서.    


욕망에 솔직한 그녀가 광화문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코너 앞에 서서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는 장면은 책에 관심 좀 있다는 사람은 배꼽잡고 쓰러질 대목. 가끔 베스트셀러 코너 앞에서 나 혼자 낯선 이방인이 되어 서 있던 기분을 이렇게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다면 누구누구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그렇게 얄미워 보이진 않았을 텐데. 진즉에 이주윤 작가를 만났다면 베스트셀러 코너 앞에서 느꼈던 외로움을 서로 보듬어주며 실컷 욕해주는 동지가 되어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음 그랬다면 우리는 동지가 되고, 이 주윤 작가는 이 책을 못 낼 수도 있었겠다.)

 ‘어머어머, 근데 이 잘생긴 작가는 뭔가. 혹시 글을 잘 쓰는가. 에라이. 얼굴만 믿고 책을 냈는가. 냉정하게 말해 작가치고 잘생긴 거지 그리 대단한 얼굴은 아니지 않은가. 뭐 어찌 됐든, 왜 반듯한 얼굴에 스스로 먹을 칠하는가. - 나도 베스트셀러 쓰고 싶다고 왜 말을 못 해 中’     


팔리는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에 이어, 그녀는 본인만의 글쓰기 비법도 특별 공개한다.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 많은 글쓰기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과연 무엇일까? 어쨌든 글쓰기 전공을 한 것도 아닌데, 작가가 되고야 만 그녀에게 뭐라도 배울 것이 있게 마련이니 그녀의 욕망에 이어 그녀의 작가 데뷔 스토리도 읽어두면 다 쓸 데가 있으리라.     


이 책은 욕망과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내가 먼저 썼어야 하는데, 한 발 늦었으니 나는 또 다른 아이템을 찾아야지, 그래야지. 그러나 저러나 이주윤 작가님 이번 책은 잘 팔렸나요? 저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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