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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푸레나무 식탁 Mar 01. 2019

식탁 일기 - 지극히 주관적인  2월 영화 리뷰

<극한직업>, <메리 포핀스>, <더 페이버릿>, <증인>

어쩌다 보니 정말로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던 2월.

중간중간 딸내미 학원 간 시간을 틈타, 또는 딸과 함께 함께 본 영화 세 편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를 써보려 한다.  사실 뭐 이미 다들 봤고, 상영관에서 내린 작품도 있지만 추후  iptv에서 검색하며 고민하게 될 누군가를 위해.


<극한직업>

설이 시작하기 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극한직업>. 여기저기 각종 카톡방에서 “극한직업 재밌다.”는 관람평 덕에  살짝 기대가 되긴 했으나, 내심 속으로 “에이~ 설마”  하는 마음에 선뜻 보러 갈 결심을 하지 못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상 나에게도) 정말 그렇게 재밌을까? 추석이 되면 분명 TV에서 할 것 같은데 …’ 하며 미심쩍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관람객이 천만을 넘었다는 기사와 함께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극한직업> 리뷰에 “ 아 이 정도면 정말 역대급”이구나 싶어서, “ 그만 의심하고 보러 가자!”라고 남편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을 땐, 이미 볼 사람은 다 봤다는 천만 관객이 훌쩍 지난 시점이었다.

그래 우리도 한 번 시원하게 웃어보자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본 영화  <극한직업>.

근데, 사실 나는 그냥 그랬다.

어 뭐지? 왜 나만 그냥 그렇지? 오늘 진짜 재미있고 싶었는데, 나만 그런 거야? 내가 너무 스포를 많이 본 거야? 내가 본 거라곤  “지금까지 이런 치킨은 없었다." 이 부분밖에 없었는데, 나 왜 영화 보는 동안 빵빵 터지지 않은 거야? 하고 실망하고 있을 때, 같이 보고 나온 남편도  같은 마음 “이게 왜 천만이야?”

내가 너무 기대치가 높았나 보다. 천만 영화라는 얘기에 나도 천만 대열에 껴보자, 오늘 하루 시원하게 웃고 마무리해보자 하고 앉아 있었는데, 자꾸 아는 얘기만 해서 나는 “아 언제 속 시원하게 웃겨줄 거지?” 하고 자꾸 조바심이 나기까지 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마약반 팀원들이 범인을 잡겠다고 얼떨결에 통닭집을 내서 얼떨결에 대박이 나고,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는 설정을 다 알고 관람하니 영화는 계속 상상이 되는 언저리에서 말장난을 변주하고, 딱 생각했던 만큼의 얘기에 반전은 없었던 지라 안타깝게도 빵 터질 시간이 없었다. 물론 류승룡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찰떡같아서 연기를 보는 맛은 있었으나 천만을 넘어 2019년 3월 1일 현재 누적관객수 1569만 명이라는 숫자에는 적잖이 놀랐다.

나만 그런 건가? 나랑 우리 남편 말고는 별로였던 사람은 없었던 걸까? <극한직업>의 관객평도 죄다 살펴보고, 각종 리뷰와 브런치의 리뷰도 검색해봤는데  “왜 아무도 보통이었다고는 얘기하지 않는 거지?”라는 의문만 들뿐 이미 각종 단톡 방에서도 <극한직업>은 너무 재미있는 영화가 된 지라, “ 난 별로”라고 말하는 것도 재수 없어 보일 뿐이다.

그렇다고  <극한직업> 이 재미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설날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딱 좋은 영화라는 평엔 반박을 할 수 없다.  나는 거기에 더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 뿐. 그렇게 재미있다는 코미디 영화가 끝나자마자 든 생각이  “ 대기업 마케팅엔 당해낼 수가 없구나,”란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것이다.

설날 특수에  CJ의 어마어마한 마케팅에 다른 영화 좀 볼까 싶다가도 시간대 맞는 영화를 선택하면  <극한직업>밖에 남는 게 없는 불편한 진실과 그 불편한 진실 사이에서 누구나 적당히 웃겨주는  영화 <극한직업>이 천만을 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이란 것을 내가 눈치채지 못했던 것뿐.

그래서 나는 신나게 웃으러 <극한직업>을 보러 가서, 신나게 웃지 못하고, 쓸 데 없이 심각하게 “ 이래서 구멍가게가 안 되는 거야.”라는 한탄과 함께 하늘이 내린다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감독과 작가는 전생에 어떤 공을 쌓았나를 생각해본다.  남편에게 “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대박이 나는 게 아닌 건 확실한 거 같아. 그지?”,  "대우리 인생에 대박이 안 나는 게  꼭 우리 탓만은 아니다."라는 얘기 나하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코미디를 쓸쓸히 복기한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

올 겨울엔 딸과 함께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메리 포핀스>를 선택한 딸. 나는 <메리 포핀스>와 <미래에서 온 미라이>가 당겼는데, 미라이는 안 당긴다는 딸내미 말에 <메리 포핀스를> 관람한다.

내가 <메리 포핀스>에게 기대한 것은 눈 호강시켜주는 런던의 배경, 신나는 노래와 적당한 모험(?) 정도였는데, 영화는 시계탑과 런던 골목 정도로 다 한 배경, 적당한 노래와 지루한 모험 정도로 끝난 게 아니었나 싶다. 워낙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 지라,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노래와 춤이 있다면 나는 어지간한 뮤지컬 영화는 정말 즐겁게 보는 뮤지컬 영화 애호가인데, 이번 <메리 포핀스>는 딱히 뮤지컬 영화라고 보기에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메리 포핀스>와 함께 손에 땀을 쥐는 모험을 하는 것도 아닌지라 심지어 나는 영화 초반에  잠이 들어버리기까지 했다. 영화 볼 때 절대 안 조는데, 이십 년 전 에이리언 볼 때 말고 이렇게 잔 적은 없었는데, <메리 포핀스>가 아이들과 친해지는 과정까지가 너무나 단조롭고 길어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세상에 뮤지컬 영화를 보다가 자다니 어쩜 이런 일이 스스로를 자책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머 세상에 이거 어른들은 다 자는 영화인가요?

분명 들어올 때 관람객 중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훨씬 많았는데, 그렇게 뭔가 기대를 품고 온 어른들은 이미 초반에서 꿈나라로 가서 영화 끝날 때까지 돌아올 줄을 몰랐다는 얘기.

다행히 나는 잠깐 꿀잠 자고 일어나 클라이맥스 부분부터는 즐겁게 관람하긴 했으나, 옆에 앞에 뒤에 분들 숙면한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했다. 다행히 12살 딸은 아주 즐거웠다며 너무너무 재미있었다고 평해주긴 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평점은  “ 아무리 디즈니여도 졸릴 때가 있나 봐요, 공원에서 군무씬은 황홀했으나 나머지는 그냥 그래요. 어른들은 꼭 보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로 마무리한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아카데미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됐던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는 뭐 차치하더라도 예고편만으로도 나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이런 중세 느낌 물씬 풍기는 고전적인 분위기 하며, 엠마 스톤과 레이철 와이즈, 올리비아 콜맨이 함께 등판하는 영화라니 기대감을 더 할 수밖에. 요르고스 란티모스라는 감독의 이름이 생소하긴 했지만 영화가 아무리 별로라도 나는 저 배우들과 드레스와 궁전을 보며 영국식 영어를 듣고만 와도 만족하는 이상한 취향을 가졌다는 것도 미리 말해둔다.

영화는  “앤 여왕 시대, 절대 권력자 앤 여왕을 둘러싼 두 명의 여인의 욕망과  암투, 복수.” 정도로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는데, 그 욕망이 욕망이, 그 질투가 질투가, 그 복수가 복수가 너무나 지독해서 보는 내내 긴장을 풀 수가 없다. 한 나라의 절대 권력자이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어버려 내면은 그저 어린아이 와도 같은  ‘앤’ 여왕의 마음을 얻고, 부와 권력을 또는 편안한 인생을 보장받고 싶은 두 여인의 대결이 극의 중심을 이루는데,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는 스토리가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정말 한 눈 팔 수 없게 만든다.  물론 화려한 드레스와 왕실 생활들을 좋아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도 한몫하고 있지만 이 감독은 뭐랄까 관객의 무의식을 살살 긁는 재주가 있다고 할까? 영화 평론가는 아니지만 이 감독은 불편하긴 하지만 관객의 봉인된 호기심을 갖고 놀면서 밀당하는 방법을 확실히 알고 있는 듯하다. 거기에 함께하는  OST는 또 어떤가? 정말 지금 이때 이 음악 아니면 안 되는 그런 음악들이 (게다가 취향에 걸맞은) , 혹은 아 정말 이렇게 조마조마한데 이런 효과음은 제발 좀 그만 틀어줘 하는 BGM을 기막히게 깔아주니 영화 보는 내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내용은 갈 데 까지 간 막장 (자꾸 박근혜와 최순실이 생각나는 건 내가 얼마 전 겪은 대국민 사기극 때문인 거겠지),  인간 욕망에 대한 내밀한 고찰이라고도 한 줄 평 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그 포장이 너무나도 고급스럽다. 장르는 드라마인데 조이는 게 거의 스릴러 급인 데다,  훅 하고 끝나는 바람에 혼자 2편을 상상하며 결말을 생각하다 보니 끝나고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여운이 남게 하는 묘한 영화. 개인적으로 < 극한직업 >보다 백 배 좋았으나, 지금 검색해 본 관객 동원수는 7만 정도라 살짝 당황.  천만 영화와 7만 영화를 대하는 나의 취향에 잠깐 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오스카 여주연상에 빛나는 영화니 나의 취향과 상관없이 한 번쯤 속는 셈 치고 극장에서 다들 한 번 봐보시라고 추천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요르고스 란티모스라는 감독에 급 호기심이 동해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본다.


< 더 - 랍스터>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를 보고, 감독에 대한 급 호기심에  IPTV로 결제해서  주말 한낮에 조마조마해하면서 본 영화.

순전히 감독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영화였는데, 보는 내내 “ 이 감독 < 더 페이버릿>은 약과였구나, 그건 상당히 대중적인 영화였구나."라는 생각.  사전 정보 없이 본 < 더 랍스터는>를 한 줄 평으로 쓰라면 “앗, 깜짝이야?””라고나 할까?

미래인지 과거인지 모르는 어느 시대에, 자신의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사람들이 사는 공간. 주인공은 근시라서 아내에게 버림을 받고, 자신의 짝을 찾지 못하면 랍스터로 변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 오직 삶의 목적은 살려면 짝짓기밖에 없는 세상에서, 이제껏 상상도 못 한 설정들과 함께 주인공이 짝을 찾는 과정이 이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어찌 보면 만화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공상 과학 영화보다도 어이없는 설정인데, 인물들이 짝을 찾고, 버리고, 또 혼자 살기도 하는 설정들이 사실 현실과 다를 바도 없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집에서 영화를 보면 아무리 대단한 영화라도 집중이 안 되고, 잠이 들기 마련이었던 내게도 절대 딴짓할 수 없는 과한 몰입을 안겨준 영화 <더 랍스터>.

역시 감독의 특기이자 장기인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기를 (더 페이버릿 보다 백 배는 더 불편하게 만든다) 영화 내내 시전 하며 계속 관객을 조이는 기술은 나무랄 데 없고, 이 영화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마음은 나의 금지된 무의식 때문인지, 본능 때문인지, 하는 궁금증과 함께 나를 돌아보며, " 아 이 감독 머릿속에 한 번 들어가고 싶네."라는 생각이 드는 치명적인 영화.

< 더 랍스터 > 보고 사랑과 짝짓기는 무엇인가? 에 대해 어른들끼리 한 번 얘기해봅시다.


덧. 감독에 대한 호기심 해결을 위해 감독의 전작들을 서치 해보다가 <킬링 디어>, <송곳니>등의 평들을 보아하니 이건 <더 페이버릿>이나 <더 랍스터>는 약과구나 싶다. 이걸 혼자 보면 분명 기분이 나빠질 거라는 예감이 강력히 들어 살포시 접어놨다. (댓글에 적힌 - 이 것은 미국판 김기덕이냐!- 에 흠칫 놀람)  

나에게 요르고스 란티모스란?  너무나 치명적인 ,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음.으로 결론. 호기심은 가지만 살다 보니 자상하고 착한 남자가 살기엔 좋더라.라는 결론을 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를 보고 하는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혼자는 그렇고 누군가 함께 봐준다면 <킬링 디어>와 <송곳니> 볼 의향 조금은 있음. (혼자 보기 너무 무서움 ㅠㅠ)

 

<증인>

이것은 착한 영화.

예고편을  보면 딱 각이 나오는데  아직 세상에 때는 묻지 않았으나 출세를 원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자폐아 지우(김향기)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다 본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다시 세상에 희망을 찾아본다는 뭐 그런 얘기.

사실 이렇게 써 놓고 보면 뭐 뻔하긴 하지만 뻔한 얘기도 세련되게 하면 또 다른 얘기가 되는 지라, 영화 <증인>의 화법은 적당히 보기 편하고, 적당히 감동적이었다.

정우성이라고 무조건 멋있지도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있지만), 자폐아라고 희화화하지도 않고, 교훈을 주기 위해 발버둥 치지도 않는 딱 그 지점. 조금만 더 가면 오그라들 수 있으니 딱 거기까지만 얘기 기하는 화법. 물론 착한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지만 중간중간 만들어낸 웃음들도 따뜻한 것이어서 이 정도면 볼만 하다 싶다.  뻔한 얘기긴 하지만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서 뻔한 얘기도 이 정도로 만든다면 한 번 더 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  한국영화라면 조폭과 경찰, 욕과 싸움씬 밖에 없는 극장가에서 이런 한국영화가 있어 다행이었다.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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