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된 인연, 토스카나에서 마주한 취향의 여행
– 발레 메이트 언니와 함께한 이탈리아의 일주일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서울 이촌동의 한 발레학원이었다.
나는 육아로 지친 일상에 균형을 찾고 싶다며 그곳에 갔고,
그곳에는 언니가 있었다.
성격은 달랐지만,
느리게 연습하는 태도는 닮아 있었다.
우리는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만나
수업을 듣고, 점심을 함께하며
서로의 취향을 천천히 알아갔다.
언니는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고,
나는 출장을 겸해 이탈리아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럼, 우리 일주일만 같이 여행할까?”
그 조심스러운 제안으로, 특별한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밀라노 중앙역 플랫폼에서 다시 만난 언니는
익숙하면서도 조금 달라 보였다.
스튜디오에서 발레복을 입고 보던 모습과 달리,
여름 원피스를 입고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서 있는 언니는
그 자체로 멋진 여행자였다.
우리는 웃으며 인사했고, 곧바로 이틀간의 밀라노 일정을 마친 뒤, 남쪽으로 향했다.
6월의 토스카나는 상상보다 더 푸르고, 더 넓었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밀밭과 평야,
흘러가는 구름과 먼 언덕의 실루엣.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그리고 중간에 들른 산 지미냐노.
점심은 흑트러플 파스타와 토스카나산 와인 한 잔을 곁들였다.
식사 후 들어간 성당 안,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 사이로 성가대의 화음이 울렸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울림이었고,
그 소리는 마치 하늘로부터 내려온 것 같았다.
**그 순간을 영상으로 남겨두었는데, 지금도 이 소리를 들으면 그날의 공기와 감정이 되살아난다.
목적지는 몬테풀차노 외곽의 빌라 ‘Villa Cicolina’.
입구부터 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이 이어졌고,
올리브밭과 수영장, 붉은 지붕의 돌집들이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았다.
짐을 풀고 수영장 끝자락에 앉아 바라본 풍경은
아직도 눈을 감으면 떠오를 만큼 또렷하다.
그날 저녁, 숙소 안 리스토란테의 식사는
정성스러운 맛과 마당을 스치는 바람이 어우러져,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저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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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우리는 각자의 리듬으로 하루를 열었다.
나는 가볍게 조깅을 나섰고,
언니는 천천히 정원을 산책하며
풀잎을 지나가는 햇살을 느꼈다.
오후엔 몬테풀차노 시내로 향했다.
골목을 둘러보고, 기념품을 고르고,
와인과 함께 늦은 저녁을 먹고,
그리고 언덕 끝에 도착했다.
붉게 물든 석양,
언덕 너머로 펼쳐진 포도밭과 지붕들,
바람과 침묵.
우리가 상상했던 토스카나, 그 자체였다.
그다음 날, 우리는 피렌체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는 이 여행의 ‘꼭짓점’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여행이란,
이렇게 서로의 감정을 가만히 지켜보는 시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