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토의 탑 아래, 미완의 여정

로망과 현실 사이, 피렌체에서 길을 잃다

by Moonita




결혼 전부터, 마음 한 켠에 품어온 로망이 있었다.

20대에 읽은《냉정과 열정 사이》속 주인공들이 만났던 조토의 탑.

나는 그 탑을 혼자 오르지 않았다.

언젠가 함께 오르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과 함께 오르고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

우리 부부는 돌로미티 트레킹을 마치고 피렌체로 향했다.

그러나 로망은 현실과 만나 완벽히 어긋났다.














피렌체 시내의 혼잡을 피하고 싶어 외곽의 시골 숙소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날은 하필 손흥민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 그곳에서, 남편은 축구를 볼 수 없었고.

나에게는 아름다운 토스카나의 풍경이 보였지만

남편의 눈에는 짜증과 불편함뿐이었다.

그 낯선 집에 하필 도마뱀이 방에 들어왔고,

우리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탈리아 시골의 모든 것이,

남편에게는 낯선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다음날, 피티워모 박람회 참석.

패션 비즈니스 미팅은 무사히 지나갔지만,

사람 많은 시내, 좁은 거리, 복잡한 분위기 속에서

남편의 예민함은 한껏 더해졌고

나는 결국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로망으로 남겨두었던 조토의 탑.

그 탑 아래를 지나며, 나는 속으로 말했다.

"이 탑은… 결국 우리 둘이 함께 오르지 못하겠구나."














우리는 서먹한 공기로 토스카나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비가 내려 그 좋다는 들판은 온통 흐릿했다.

그 와중에도, 나는 마음속에서 조용히 풍경을 껴안았다.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건 시에나였다.

비가 잦아들 무렵 도착한 중세의 도시.

붉은 벽돌 건물과 성당, 그리고 잔잔한 골목길은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을 잠시 쉬게 해 주었다.












시에나는 남편이 지금까지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았다’고 말하는 도시였다.

아마 복잡한 감정 너머에 남아 있던 여행의 본질이

이 도시의 조용한 정적 속에서 스며 나왔던 것 아닐까.

중세의 금융 도시, 14세기의 공화정 흔적이 아직 살아 숨 쉬는 시에나.

그 거리에서 우리는 따로, 또 함께 걸었다.

서로 다른 감정을 가진 채,

조금은 느슨하게, 여름의 한 줄기를 붙잡고 있었다.












“그 여름은 그렇게 끝났지만, 그로부터 1년 뒤

나는 또다시 토스카나를 향했다.

이번엔, 취미 발레 수업에서 만난 언니와 함께였다.

우리는 서로를 ‘발레 메이트’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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