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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May 09. 2016

이미나,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III - 아무 말 못 들은 것처럼,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 분은 더뎌도 일 년은 금방이니까 긴 세월은 금방 가겠지

그런 건 궁금하지도 않아

그렇지만 당분간은 어떡해?


매일 노을도 질 테고, 바람도 불 텐데

가끔 비도 올 테고, 점점 꽃도 많이 필 텐데

네가 사는 동네 이름이 적힌 버스는 도로 위로 막 다니고

다음 달이면 네 생일도 오는데..


네가 아침마다 어디로 출근하는지도 아는데

네가 밤이면 어디서 잠이 드는지도 아는데..

네가 나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아는데

이렇게 나한테 못 오겠다 말해 놓고는 네가 많이 울고 있는 것도 다 아는데..


나는 그래서

아무 말도 못 들은 것처럼 며칠만 더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며칠을 잘 견디면 몇 년은 우습게 흘러갈 테니까요


앞으로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다시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기다린다고,

아무 말 못 들은 것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글. 이미나,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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