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네 집 강아지

아프지 말고그렇게 우리오래오래 같이 살자

by 일요일은 쉽니다


할머니네 집 강아지가 아팠다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녀석이

다 같이 모여있는 저녁 시간에 자기 집으로 들어가 몸을 돌돌 말더니

그렇게 저녁 내내,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동안

움직이지도,

먹지도 않았다


사람이 와도 반기지 않고

좋아하는 간식을 줘도 쳐다보지 않고

어디가 아픈지는 말을 못한 채

그저 어디가 아프다는 것 외에는 알 수 없어서

갈 때마다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아프지 말라고 쓰다듬어 주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렇게 며칠을 꼬리도 흔들지 않고

축 늘어진 채로 팔에 턱을 기대고서는

자꾸 이불 속으로 숨으려고만 하던 아이가

혹시 몰라 마음의 준비를 하던 며칠 후

할머니와 가족들의 정성 덕분인지

조금씩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3년 전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쓸쓸해 하시던 할머니를 위해

고민과 고민 끝에 데려온

동물병원 앞 홀로 남겨져 있던 강아지


나이도 있어 보이고

이빨도 많이 빠지고

털에 윤기가 흐르지도 않았지만

우리 집으로 올 운명이었던 듯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잘 부탁한다는 쪽지 한 장과 홀로 남겨진 상처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아프기 마찬가지일 텐데

다시 한 번 마음을 열어주고

할머니 나갔다 오실 때면

신발장 앞에 기다리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안방, 마루, 부엌, 화장실

한 군데도 빠짐없이 쫄래쫄래 쫓아다니는 너는

세상에 모든 강아지 중 제일 예쁘다

정말 진심이지 내 눈에는 제일 예쁘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을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아프지 말고

그렇게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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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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