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2학년 1학기 초, 수업을 놓고 참 많은 고민을 했다
복수전공을 계획하다 보니 학점을 조금 많이 들어야 했는데
과연 내가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학기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결국 너무 힘든 나머지
불문 수업 둘 중 하나를 빼야겠다 결심하게 됐을 때
이제 그럼 그 둘 중 또 어느 수업을 듣느냐를 놓고 며칠을 고민하다
답을 못 내린 채지난 학기 불문 교수님을 찾아뵈러 갔다
교수님께 각 수업의 내용과 현재 상황을 말씀드린 후 여쭤본 질문,
“교수님, A를 들어야 할까요, 아니면 B를 들어야 할까요?”
시원하게 한 수업을 지목해주실 줄 알았던 것과 달리
교수님의 대답은 어떻게 보면 참 애매하였다
A의 내용이 좀 더 전체적이어서 도움이 될 반면에,
B가 좀 더 어려운 수업이니
그 친구들과 수업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란 식이었다
교수님의 사무실을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내게 주신 조언은
여전히 A나 B중 하나를 지목하는 답이 아니었다
다만, A를 듣든 B를 듣든 둘 다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지금은 힘들더라도 둘 다 시도해 보라는 예상치 못했던 응원이었다
그 날 오후 친구와 만나 교수님과의 대화를 들려주자
친구는 시큰둥해하며,
“그럼 네게 도움되는 조언을 안 해주셨네”라고 했다
사실 그 친구 말이 맞다
나는 교수님께 A 수업을 들어야 할지,
B 수업을 들어야 할지 여쭤보러 간 거였고,
교수님의 답은 A 수업을 들어도 좋고,
또 B 수업을 들어도 도움이 될 거란 것이었으니
단순히 그 과정과 결과만 생각한다면
그 친구의 말이 맞다
교수님은 내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으셨다
“근데 내게 희망을 주셨잖아”
허나, 그 질문에 해주실 수 있었던 답보다 더 큰 선물을 주심은
그 수업 중 무엇을 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던 질문 속에
어느 수업이 더 득이 될까,
어느 수업에서 더 많이 배우고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 불안하던 내게
A도 B도 어려운 수업들이지만
넌 둘 다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를 심어주신 것이었다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렸냐고?
A를 들어야 하는지 B를 들어야 하는지
나조차 그 질문에 답을 내리지 않았다
그 대신 둘 다 들었다
너무 힘들고, 강도 높은 훈련 때문에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은 때도 많았지만
넌 할 수 있다는 그 응원 덕에 나는
학기를 마무리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할 수가 없었다
교수님들이 부족하다고 지목해주시는 부분이 많을수록
원고를 몇 배로 꼼꼼히 읽어보았고,
더 자주 교수님께 의논하러 갔으며,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수업 준비에 쏟아부었다
그 교수님은 할 수 있다는 나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또 나는 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봐주신 교수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어느 한 나라의 지도자라고도,
혹은 명문 대학의 교수라고도 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정부에 들어가 힘을 보태는 것도,
또 학교로 돌아와 제자들을 양육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내 꿈이 아니어서가 아니다
다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그런 화려한 타이틀보다 더 진실한, 더 깊숙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오며 수많은 목사님, 교수님, 선생님, 선배, 친구, 동생,
그리고 가족에게 받은 위로와 응원을
힘들어하거나, 지치거나, 외롭거나, 흔들리고 있거나 불안해하는
친구들에게 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 길을 걸어봤기에,
나 또한 그 마음이 어떤지,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A와 B 대학 중이 대학을 가라,
혹은 A와 B의 일자리 중 이 자리를 택해라 보다는
따스하던 그 어느 날 오후, 교수님이 내게 해주신 것처럼
당신께 용기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의 결정을 대신해주는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
허나 당신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새로운 관점들과 또 끝없는 응원으로
늘 당신의 옆에서, 또 당신의 뒤에서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