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살았군요

바보처럼 산 삶조차, 그 삶마저, 소중한 삶이었다

by 일요일은 쉽니다


“어느 날 난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을 보았죠

그냥 덧없이 살아버린

그런 세월을 느낀 거죠

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그렇게 살아버린 내 인생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

흘러 버린 세월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을까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난 참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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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마다 한국으로 놀러 와

외갓집에서 보내던 짧던 열흘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컴퓨터 앞에 앉으시고는

오후 늦게까지

열심히 할 일을 하셨었다


그러면 중간에 12시쯤, 점심 먹기 전

모니터를 끄시고는 스피커만 켜두신 채

좋아하시던 가요를 듣고는 하셨는데

옆에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시다가도

나오면 흥얼흥얼 따라 부르시던 곡은

김도향의 “바보처럼 살았군요” 이었다


몇 년 후

동네 병원에서 근육통이라고만 하던 증상이

그래서 그렇게 믿고 파스와 진통제로 넘기시던 증상이

우연히 찾게 된 대학 병원에서

암 말기라는

낯설고, 또 낯설던 진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몇 달 후

시장에 갈 때 고르라고만 하시고 못 들게 하시던

복숭아, 참외 가득한 까만 봉지를

내가 들겠다 해도 더는 말리지 않으셨고

한 자리 남았을 때 본인은 앉지 않으시고

꼭 대신 앉히시던 지하철 속에서

할아버지 앉으시라 해도 더는 말리지 않으셨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더는

그 노래를

부르지

않으셨다


보통의 생각으로는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삶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

더 잘 어울릴법한 노래라고 할 터인데


할아버지는 오히려

아프신 후로부터는

그 노래를 듣지 않으셨다


모든 게 힘들어서,

가사가 아파와서,

더는 듣지 않으셨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할아버지의 마지막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는 지금

그분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나 위로를 하자면


돌아보니 삶은

후회와, 실수와, 상처 가득했을지 몰라도

그래도 삶은

후회와, 실수와, 상처 가득하여도

소중한 인생이어서


그런 삶이길 기대한다

바보처럼 산 삶조차,

그 삶마저

소중한 삶이 되어서

행복했고

행복했기를


그리고 가시는 길은

평안하셨기를

또 지금은

평안하시기를


기도한다


김도향바보처럼살았군요(4).JPG


어느새 하늘 멀리 이사 가신지도

4년이 훌쩍 넘어 5년이 다 되어갑니다


할아버지

여전히, 아직도

보고 싶습니다


희원 드림


Reference.

“바보처럼 살았군요” by 김도향

“바보처럼 살았군요” by 솔라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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