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VII - 그대에게도 사람들은 물어볼 텐데, 그대는 어떻게 대답하는지
한때는 가장 잘 알았던,
이제는 잘 모르는 사람
헤어진 게 언젠데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아직도 우리 이야길 묻는 사람들이 있어
“그래서 왜 헤어진 건데?”
“네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그런 거야?”
“연락은 하고 지내?”
주먹에 힘이 들어갈 만큼 화가 나기도 하고
땅으로 꺼지고 싶을 만큼 곤란하기도 했는데
이젠 그저 좀 싫은 표정으로, 혹은 못 들은 척
그런 말들을 넘기는 것에도 익숙해졌어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더라
오늘 별로 친하지도 않은 누가, 나한테 물어봤어
네가 어떤 사람이냐고
정말 우리 사이를 모르는지 혹은 알면서 그러는지
어떤 대답을 바라는지, 뭘 확인하고 싶은 건지,
단지 내 반응이 궁금했던 건지
조심스런 마음에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내가 한 대답은 우습게도
“잘 모르겠는데요”
무안했어, 나 혼자
그렇게 좋아한 너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는 대답을 해서
매일매일 만났고 누구보다도 가까웠던 너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사실이 나도 너무 낯설어서 무안했어
그렇지만 내가 뭐라고 다르게 대답할 수 있었겠니
나는 너를 정말 잘 모르잖아
잘 알았다면 이렇게는 안 됐을 테니까
네가 목 끝까지 불만이 찼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헤어질 거라고는 꿈도 못 꾸고, 혼자서 바보같이..
설사 내가 너를 잘 알았다고 해도
지금의 너는 또 달라져 있을 테니까
내가 알던 너, 나를 사랑해 주던 너는 아닐 테니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대에게도 사람들은 물어볼 텐데
왜 헤어졌냐고, 내가 어떤 사람이냐고
그대는 그럴 때 어떻게 대답하는지,
나처럼 잘 모르겠다, 말하고 마는지
좋은 사람이었다, 대답하는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설마 그렇게 말하지는 않길..
한때 내가 가장 잘 알았던 사람,
하지만 이제는 잘 모르는 사람, 그대
글. 이미나,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사진. 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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