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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Jun 16. 2016

너와 나를 사진에 담아내는 것

그게 내가 너와 이별하고 여전히 힘들어하는 부분



헤어진 지 어느덧 일 년이 돼가는데

아직 소식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이 잘 있냐며 네 안부를 물어볼 때

그제야 나는 말하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말이야


그때는 도무지 말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그렇게 우리의 끝에 대해 전하는 게

마치 잠깐 집 앞에 슈퍼에 다녀왔다고 말하는 것처럼 덤덤해진 걸 보니

겨우 한숨을 돌려 본다


너를 잊기까지는 더 오래 걸리겠지

나를 알던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던 그 시절의 나에 관해 이야기할 때

둘이 같이 찍은 사진만 봐도

내가 널 얼마나 좋아했는지 보였다고 하니까


희원아

네가 많이 좋아하지 않았냐고

헤어질 때 많이 울지 않았냐고

그가 새로운 사람이 생겼던 거냐고

결국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졌던 거냐고



답을 하자면

그때 참 많이 좋아했고

헤어질 때는 거의 안 울었고

헤어지고 나서 많이 울었고

새로운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고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진 건 네가 그렇다 했고


그때의 사진들을 보면

널 바라보는 내 눈빛이 아름다웠던 것도 맞고

이제 그때의 사진들을 보는 나는

어딘가 조금 아려오는 듯 미소를 짓지 못한 채

조용히 지나치고는 하지만



만약 우리가 다시

사진을 찍게 된다면


오래전 떠난 너여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것처럼

여전히 널

소중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런 너와 나를 사진에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거 -


그게

내가 너와 이별하고

여전히 힘들어하는 부분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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