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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Jul 11. 2016

그 시절, 나 참 행복했다고

너 또한 스쳐 갔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에



“잘 지내

그 사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잘 지내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직장 들어가서, 좋은 차 타고 다니면서

주위에 사람들 많이 두고

그렇게 잘 지내”


안타까워하는 너의 말투에

네가 나를 얼마나 위하는지가 느껴졌기에

마음이 쓰라리다가

또 괜찮아지다가도


‘잊으려 잊어보려 해도 잊을 수 없어

가슴속 깊이 네게 말하고 싶던

아픈 그 말을 남겨두고’


네가 잘 지낸다는 소식은 참 반가웠는데

네가 날 잊고 잘 지낸다는 소식은 마음이 아파서

그래서 하룻밤을 꼬박 날이 밝아오는 창문 밖의 세상을 보다가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


‘믿으려 믿어보려 해도 믿을 수 없어

돌아서서 울먹이던 내 모습

나 들키고 싶지 않았어’


순간 자격 없는 원망도 하고 싶고

자격 없는 질투와 속상함도 표현하고 싶은데

하루가 지나 다시 앉아 생각해보니

문득 너도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라



‘지우려 지워보려 해도 지울 수 없어

달려가서 안기고픈 내 마음

난 숨기고 싶지 않았어’


우리가 각자의 길을 걷게 된 다음부터

한 번도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것처럼


네 앞에서, 네 친구들 앞에서, 보이는 곳에서

너무 아무렇지 않아져 버린 나를 보면서

잘 웃고, 잘 떠들고, 잘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아무렇지 않게 네 친구에게

근데 너는 요즘 잘 지내냐며

나는 잘 지내니 너도 잘 지내길 바란다며

그렇게 안부를 건넨 게

너도 아프지 않았을까


‘사랑한다고 말해줘

난 네가 보고 싶다고 말해줘’



살면서 참 많은 일들이

그 당시에는 왜 일어나야 하는지 모르겠고, 힘들고 그러지만

시간이 지나서 이해가 가고, 도움이 되는 때들이 있잖아


지난 며칠 그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어

네가 너무 특별해서, 너 같은 사람을 또 못 만날 거 같아서

그래서 아픈 거 같아서

그게 제일 힘들었던 건데


그 이전에 다른 이별들을 떠올려보며

사실 어느 이별이든 그때도 아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나아지더라


‘이렇게 혼자 아파하며

울먹이는 날 보면서

너는 아무 말도 못 했잖아’


너 또한 스쳐 갔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에



너와 만나면서 ‘머물러주길’ 이라는 말을

참 많이, 참 자주

머리에 떠올리고, 마음에 새기고는 했는데

돌아보니 머물러있는 건 나 자신이더라


머무르는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둔 것인지

나는 그 자리에, 그 시간에

애매한 그즈음에서 떠나지 못한 채

그저 그 순간과 공간들에 머무른 채로 서 있더라


‘사랑했다고 말해줘

널 정말 보고 싶었다고 말해 내게’


네가 좋아했던 건 과거의 나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과거의 너이니

이제 우리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아야겠지


‘날 떠나지 마

이렇게 떠나지 마

거짓말이라도 해줘’


그 정도를 위안 삼아

이제는 노력이 아닌 진심이길 바라며


‘사랑한다 말해줘’


고마웠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네 덕분에 참 행복했던 거 같아


언젠가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그때 고마웠다고

네 덕분에 그 시절, 나 참 행복했다고

전할 수 있기를, 그 마지막 진심을





Reference. “말해줘,” 백아연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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