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또한 스쳐 갔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에
“잘 지내
그 사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잘 지내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직장 들어가서, 좋은 차 타고 다니면서
주위에 사람들 많이 두고
그렇게 잘 지내”
안타까워하는 너의 말투에
네가 나를 얼마나 위하는지가 느껴졌기에
마음이 쓰라리다가
또 괜찮아지다가도
‘잊으려 잊어보려 해도 잊을 수 없어
가슴속 깊이 네게 말하고 싶던
아픈 그 말을 남겨두고’
네가 잘 지낸다는 소식은 참 반가웠는데
네가 날 잊고 잘 지낸다는 소식은 마음이 아파서
그래서 하룻밤을 꼬박 날이 밝아오는 창문 밖의 세상을 보다가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
‘믿으려 믿어보려 해도 믿을 수 없어
돌아서서 울먹이던 내 모습
나 들키고 싶지 않았어’
순간 자격 없는 원망도 하고 싶고
자격 없는 질투와 속상함도 표현하고 싶은데
하루가 지나 다시 앉아 생각해보니
문득 너도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라
‘지우려 지워보려 해도 지울 수 없어
달려가서 안기고픈 내 마음
난 숨기고 싶지 않았어’
우리가 각자의 길을 걷게 된 다음부터
한 번도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것처럼
네 앞에서, 네 친구들 앞에서, 보이는 곳에서
너무 아무렇지 않아져 버린 나를 보면서
잘 웃고, 잘 떠들고, 잘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아무렇지 않게 네 친구에게
근데 너는 요즘 잘 지내냐며
나는 잘 지내니 너도 잘 지내길 바란다며
그렇게 안부를 건넨 게
너도 아프지 않았을까
‘사랑한다고 말해줘
난 네가 보고 싶다고 말해줘’
살면서 참 많은 일들이
그 당시에는 왜 일어나야 하는지 모르겠고, 힘들고 그러지만
시간이 지나서 이해가 가고, 도움이 되는 때들이 있잖아
지난 며칠 그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어
네가 너무 특별해서, 너 같은 사람을 또 못 만날 거 같아서
그래서 아픈 거 같아서
그게 제일 힘들었던 건데
그 이전에 다른 이별들을 떠올려보며
사실 어느 이별이든 그때도 아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나아지더라
‘이렇게 혼자 아파하며
울먹이는 날 보면서
너는 아무 말도 못 했잖아’
너 또한 스쳐 갔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에
너와 만나면서 ‘머물러주길’ 이라는 말을
참 많이, 참 자주
머리에 떠올리고, 마음에 새기고는 했는데
돌아보니 머물러있는 건 나 자신이더라
머무르는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둔 것인지
나는 그 자리에, 그 시간에
애매한 그즈음에서 떠나지 못한 채
그저 그 순간과 공간들에 머무른 채로 서 있더라
‘사랑했다고 말해줘
널 정말 보고 싶었다고 말해 내게’
네가 좋아했던 건 과거의 나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과거의 너이니
이제 우리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아야겠지
‘날 떠나지 마
이렇게 떠나지 마
거짓말이라도 해줘’
그 정도를 위안 삼아
이제는 노력이 아닌 진심이길 바라며
‘사랑한다 말해줘’
고마웠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네 덕분에 참 행복했던 거 같아
언젠가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그때 고마웠다고
네 덕분에 그 시절, 나 참 행복했다고
전할 수 있기를, 그 마지막 진심을
Reference. “말해줘,” 백아연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