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어도, 또 옆에 없어도

늘 너는 내게 참 그립고, 고마운 사람이다

by 일요일은 쉽니다


밤에 자려다 네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편지를 써

너무 오랜만이라 미안하기도 한데,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쓰고 가려고 컴퓨터를 켰어

너한테 보낸 편지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힘들게 찾았더니

비밀번호가 틀렸다고 안 열리네... 늙나 보다


나는 머리를 짧게 잘랐어

그래도 일 년 넘게 기른 머린데

작년 여름에는 미장원 아저씨의

'한 뼘만 더 길면 파마가 이쁘게 나올 텐데'라는 말에

한 뼘 짧은 머리가 그렇게 속상하더니

이번에는 며칠의 고민 끝에 가서 그 한 뼘을 쑥 - 잘라버렸다

고로 턱 길이를 딱 맞춘 단발이랄까... 어려 보인다 그러더라


힘들게 기른 머린데, 그냥 잘 손질해서 계속 기를까도 싶었는데

머릿속 너무 많은 생각으로 복잡해서

그 많은 생각을 짊어지고 사는 게 힘들어서

그 대신 머리를 자른 거 같아

싹둑 잘라서 그래도 길었던 파마머리는 짧은 단발이 되었지만

잘라도 아깝진 않더라

뭔가 마음의 짐이 대신 덜어진 것처럼

이 맛에 자꾸 나는 머리를 홱! 자르나 보다

송지효가 울고 갈 정도로 예쁜 단발이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서

정말 지난 한 달, 두 달, 석 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것 같다

인턴 하고, 여기 와서 학원 나가고, 그런 형식적인 일 외에는

정말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해

가만히 있기에도 바쁘고

가만히 있어도 너무나도 잘 가는 시간이라...


혼자서 잘만 가는 게 시간이고

한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게 세월인데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오늘에게 미안한 건 아닌가 싶다가도

마음이 너무 지쳐서 그 무엇도 할 힘이 없어

이별이 무엇인지 사람을 참 힘들게 하는 거 같아


이별이 참 어렵다

그 사람 하나 빼고 모든 게 그대로인데 말이다

삶은 이별의 연속인데

만남이 있으면 따라오는 게 이별이겠지만

그걸 받아들이기엔 아직 너무 아픈 게 이별인 것 같다



나는 네가 군대에 있는 2년 동안

너라는 친구와의 이별도 참 어려울 것 같다

그 먼 땅에서도 너와 함께 아프고, 함께 슬프며, 함께 힘들어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네가 그 어디에 있든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 연락을 한다 해도

“여보세요” 이 한마디면 너인 줄 알아보는 거다


그만큼 그리운 목소리고,

그만큼 자주 들은 목소리고,

그만큼 기억하는 목소리이기 때문에


그러니 기운 내고 힘내라

친구가 돼서 더는 못 해줘서 참 미안하지만,

나는 늘 네가 참 고맙다


옆에 있어도, 또 옆에 없어도,

늘 너는 내게 참 그립고, 고마운 사람이다


201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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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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