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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

"믿을 수가 없잖아"

by 일요일은 쉽니다


카페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새로 시작하는 작업을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핸드폰에 문자가 와서 잠시 확인하고선

다시 화면에 집중하려는데


“좋았나 봐 널 많이 아꼈나 봐

다시 못 견디게 아픈 걸 보니”


어, 많이 들어본 노래인데

되게 친숙한 멜로디인데


“헤어져도 보내지 못하나 봐

네가 돌아와 줄 것만 같아서”


딱 일 년 전이었던 거 같다

너와 헤어지던 날

그리고 그로부터 몇 개월 동안

회사 가는 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중간중간 사이사이에

빈자리가 커질 때마다 그 자리를 채우려 듣던 노래



“우린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 느낄 수가 없잖아

작고 좁은 나의 세상 속에 살던 넌 행복하긴 했을까

우리 닮은 지난 추억이 초라한 내 앞이라 더 눈부셔

너 있는 곳 너무 멀어 다가갈 수 없어”


마음이 너무 먹먹해서

뭐라도 자꾸 억지로 보고, 듣지 않으면

틈을 타 치고 들어오던 네 기억에


“우리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 믿을 수가 없잖아

좋은 사람으로 네 가슴에 내 모습 남긴 했을까

네가 곁에 없는 나보다 내가 없는 네가 더 두려워

나를 지우고 쉽게 또 사랑할까 봐”


틈새로 자꾸 옛 생각이 나는 걸 막을 수가 없었어

조금만 틈을 보이면,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와 순식간에 나를 채워 버렸거든

마치 깨진 독을 겨우 몸으로 막고 있다가

숨 한번 들이마셨는데 그 사이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우리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 느낄 수가 없잖아

작고 좁은 나의 세상 속에 살던 넌 행복하긴 했을까

네가 곁에 없는 나보다 내가 없는 네가 더 두려워

다시 시작된 네 사랑이 마지막이 될까 봐”


조금만 틈을 보이면

치고 들어오던 네 기억에

가슴이 먹먹해지던걸

애써 손으로 막아보려 하던 시절


“우리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


그래도 그때 우리 행복했었으니까

그래 우리 진심이었으니까

그걸로 됐어


그걸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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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정말 사랑했을까," 브라운 아이드 소울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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