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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Aug 19. 2016

나를 사랑하긴 했니

그런 게 아니더라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있지, 사람 마음을 참 모르겠구나 싶었던 게

그 사람이 헤어지자고 말하던 날

나도 모르게 그런 질문을 하고 있더라

지금까지의 마음이

진심이긴 했냐고


너무 흔한 흐름이잖아

나를 사랑하긴 했니 뭐 그런 질문

그런 걸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냥 나도 모르게 헤어지자는 말에

그 질문밖에 머리를 맴돌지 않더라고


그 친구가 다른 사람이 생겼다 한 것도 아니고

사실 별로 마음이 없었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점점 어려워지던 우리의 상황에

아무래도 이대로는 아닌 거 같다고 말한 것뿐인데

현재 네 마음이 헤어지길 바란다는 말에

이제까지의 네 마음조차 다시 되돌아보게 되더라

그 마음들이 진심이긴 했을까

정말 진심이었을까


생각할수록 바보 같은 질문이야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나는 알고 있었거든, 그 사람 마음도 진심이었다는 걸

현재 더는 그렇지 않다고 해서

과거도 모두 그렇지 않았다고 성립되는 건 아니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바보 같은 마음은

나를 사랑하긴 했니

정말 진심이긴 했니만 되물었으니


사랑이 어쩌면

그렇게 슬픈 것일지도 모르겠다

끝나는 순간에

그 이전의 모든 기록을 한 번에 엎어버릴 수 있는


한순간에 do가 un-do가 돼버리는

그 한순간에 이전의 모든 순간이 없어지는

지금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 이전에도 나를 사랑하지 않은 게 되어버리는, 그런


그런 게 아니더라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끝 맛은 그렇게 허무하고, 씁쓸한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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