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는 내가 가꿔나가야 하는 것
신입사원 교육을 받던 시절
두 팀으로 나뉘어 경쟁 PT를 연습 삼아 하고는 했는데
두 번째인가, 세 번째 프로젝트 후
팀장님이 우리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A팀과 B팀의 차이가 뭔지 알아?
A팀은 80점짜리 아이디어가 나와도
계속해서 90점, 95점짜리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해
근데 B팀은 80점짜리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걸로 90점, 95점짜리 아이디어를 만들어
그게 차이야”
굉장히 날카롭고 예리한 지적이었다
물론, 무엇이 80점이고 무엇이 90점인지
다 알고 그랬다기보다는
그저 더 좋은 게 없을까, 더 새로운 게 없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다
때로는 오히려 시간을 더 많이 보내버린 것이었겠지만
그곳을 나와 새로운 길을 걸으며
종종 그때 팀장님의 말씀이 생각나고는 한다
나도 그러는 때가 많지 않나
더 나은 게 없을까, 더 좋은 게 없을까 싶어서
뭐가 나와도 계속해서 새로운 걸 찾고, 또 찾고
그러다가 완성 못하고 흘려보낸
너무 많은 시간과 소재들
돌아보니 그때 그 말씀처럼
어느 정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그걸 토대로 발전시켜 완성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100% 마음에 드는 옷이 어딨어
7-80% 마음에 들면 사야지
그렇게 고르기만 하다 못 사”
어쩌면 옷도, 일도, 또 사람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어느 정도 기준을 넘기면
나머지는 내가 가꿔나가야 하는 것
부족한 원고를
부분 부분, 중간중간 쓰다 묵히는 것이 아니라
가끔 덮어버리고 싶어도
오늘도 꺼내어 또 다듬어 보는 것
그렇게 90점, 95점 (그리고 조심스레 100점)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또 부족한 글을 다듬어본다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