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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어른이 된 후에도

엄마 앞에선 다시 아이가 되는 거 같다

by 일요일은 쉽니다


나는 주로 저녁을 할머니 댁에 가서 먹는데

몇 주 전, 그날 쓰던 걸 마치고 이제 가야지 하고 일어서니

삼촌도 저녁 드시러 오시기로 했다며

만나서 같이 먹을걸 사가자는 전화가 왔다


평소에는 피자나 치킨을 사 가지만

그날따라 저쪽 상수 쪽으로 가서 뭐 사갈 게 있는지 보자는 말씀에

사거리를 건너 식당이 잔뜩 있는 골목으로 접어들어 걷다가

포장해가기에는 애매한 메뉴들이 더 많고

마침 입구에 유명한 일식집이 있어서

초밥을 사 가자고 정하고는 식당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 집은 정말 유명한 집이자 소문난 맛집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알겠다며 우선 계산을 했는데

이미 밀린 주문이 많아 30분은 40분이 되고, 50분이 되고

어느새 한 시간이 넘어서야 우리는 준비된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밑에서 치킨 사갈걸 그랬나 봐요”

“아니야, 치킨은 자주 먹잖아

맛집이라니까 특별히 더 맛있겠지”


바쁜 하루가 지나고 퇴근길에 오신 거라

피곤해 보이셔서 죄송한 마음에 말을 건네니

아니라고, 괜찮다 하셔서 그렇게 발걸음을 돌려 할머니 댁으로 갔는데

집에 도착하고 너무 오래 기다려서 힘들었겠다는 할머니의 말에


“엄청 기다렸어

이럴 줄 알았으면 치킨 사 올걸”


하시며 툴툴거리시는 모습에

나에게는 조금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던 삼촌이지만

할머니에게는 막내아들이구나 싶어서

사 온 초밥을 먹으며 웃음이 났다


역시 사람은 누구나

어른이 된 후에도

엄마 앞에선

다시 아이가 되는 거 같다


그리고 다행히

오랜 기다림에 보답하는 듯

그날 저녁 한 시간 기다려 먹은 초밥은

아주 맛있었다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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