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시간과 정성으로 그 사람을 알아가고, 배워가고, 그렇게 깊어지는
예전에 대학생이던 시절
일 년 일찍 졸업하기 위해 스케줄을 항상 빡빡하게 짤 수밖에 없던지라
늘 스피드와 효율성이 가장 중요했다
빨리하고, 신속하게 해서
낭비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고
모든 순간을 최대한으로 극대화하는
그 당시의 삶에 있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또 그런 삶이 가장 정직하고 올바르다 생각했다
회사로 넘어가서도 그런 태도는 주로 득이 됐다
빨리, 정확히,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건
그 누구도 싫어할 특징이 아니기에
그때도 나의 그러한 점이 해가 된 적은 없었지만
바쁘고 삭막하던 삶을 벗어나
더는 스피드와 효율성이 우선시되지 않는 공동체에 들어가니
그런 특징은 꼭 항상 득이 되지 않았다
12시 모임이면 12시부터 시작해서
그날 함께 해야 하는 목록의 일을 순서대로 해나가면 좋으련만
다들 천천히 여유롭게 도착해서
본격적인 일을 하기 전 30분, 한 시간씩 교제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
그런 새로운 패턴의 모임들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무언가 낭비라 생각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 종일 사역을 준비하며
사람들과 어깨를 부대끼며 느낀 좀 더 깊은 깨달음이 있었으니
세상을 사는 데 있어 늘 스피드와 효율성이
절대적인 가치이자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우리 빨리 친해집시다, 효율적으로 친해집시다 라는 말이 엉뚱한 만큼
충분한 시간과 정성으로
그 사람을 알아가고, 배워가고, 그렇게 깊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같다
빨리, 효율적으로, 1분 1초를 아끼며 살아가는 것 또한
부지런함의 덕목이자 열정으로 생각하지만
삶에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순서대로 리스트에 있는 일을 해치우려는 마음가짐보다는
계산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마음을 쏟고 또 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앞으로도 잊지 않기를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