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또한 인연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눈앞에 것에 마음을 뺏겨
계절이 지나고 지나 피는 꽃을 마치
하루아침에 피는 꽃으로 생각하여
인내심을 갖고 한 걸음씩 내디뎌야 하는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급하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걱정되고
그러하였습니다
근데 문득
이렇게 시간이 주어졌을 때
조금 더 본질적인,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려보자는 생각으로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만 안은 채 앉아
훗날 나는
그녀의 글은 어떠했다고 기억되고 싶은가
가만히 고민해보니
'문장을 참 잘 쓴다
그래서 그녀의 감성은
마음을 툭 하고 친다'
그렇게 다가갈 수 있다면
그러면 저는 행복할 것 같습니다
벌써 3년 전, 서울에는 부슬부슬 비 내리던 어느 날
이곳의 비 소식을 전하며 제게 편지 한 통을 보내온 선배의 말처럼
잔잔한 비와 같이
때로는 그 마음의 가장 깊은 곳까지,
그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함께 머무르고 싶고
때로는 그 낮은 곳에서 조금이나마 따뜻한 곳으로
일으켜 세워주고 싶고
그러하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문작가라는 필명으로 이곳에 마음을 한 톨 남김없이 쏟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저도 여전히 아려오는 상처를 건드려야 함을 뜻할 때도 있고
그래서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차마 다 보여주지 못하는 아픔일 때도 있고
또는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약함이나 부족함, 모난 모습들일 때도 있지만
이곳에 마음을 한 톨 남김없이 쏟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당신이
무언갈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됐다면
그 또한 인연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대사도 잘 쓰고 싶고,
문장도 잘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그녀의 감성은
내 마음을 늘
툭 -
하고 친다’
그렇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덕분에 2016년의 10월도
함께하며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 길을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pilogue.
“희원아, 이거 너무 슬퍼
네가 쓴 거지? 참 잘 썼다
내 안에 있는 추억 하나를 끄집어 내주고
잔잔한 소나기를 불어 일으키네
비 오는 날 나를 그리워했다는 게 고맙네
그래서 그런가, 오늘은 서울 이곳도
아침부터 조금씩, 어깨가 젖을 정도만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이렇게 계속해서
잔잔한 소나기를 보내줘
이다음도, 기다리고 있을게”
2013.04.08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