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있잖아요

있잖아요, 그 네 번째

4. 마음을 다해 지키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by 일요일은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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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잠시 한국을 떠나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의 이야기예요.

제일 친한 친구 몇이 아직 학교에 남아있어서 학교로 돌아가 즐겁게 지내고,

그 친구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무엇보다 덕분에 이전에 알지 못했던 신입생들이나,

혹은 친하지 않았던 후배들과도 다시 만날 기회가 되었어요.

가기 전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는 없었는데, 덕분에 좋은 만남들을 많이 얻고 돌아왔지요.

참 감사하죠 그곳을 집이라 삼을 수 있는 더 많은 이유가 생겼으니. 난 학교를 참 좋아하거든요.


근데 떠나기 전 아무래도 만나야 할 사람도 많아지고, 해야 할 일도, 정리할 것들도 많아지니

시간이 조금 빠듯해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다시 만나게 된 후배들 중 마음이 쓰이기 시작한 동생을

아예 머무르고 있던 친구 집으로 오라고 해서 우리끼리 모여 밤새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죠.


처음으로 내가 살아왔던 20 몇 년간의 인생 이야기를 해주고, 친구들도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고.

그러다 4명 중 한 명은 먼저 꿈나라로 떠나고 나와 내 친구, 그리고 그 동생 우리 셋이서

새벽으로 한참 접어들었는데도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마냥 밝고 씩씩한 줄만 알았던 동생이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을 하나둘 나누더라고요.


전공에 대한 고민이 너무 무거웠대요. 내가 지금 하는 이 공부가 나랑 맞는 것인지,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이제껏 믿어 의심치 않고 달려왔기에 서서히 그 생각이 깨지기 시작했을 때도

차마 발걸음을 돌릴 수 없었대요.

다들 그냥 하라고, 계속하라고, 그렇게 하나하나 버티며 지내는 거라고, 결국에는 해낼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어서 계속했는데, 계속 붙잡고 있었는데

근데 너무 힘들다 하더라고요. 너무 어렵다고. 너무 안 맞는 거 같다고.


나는 전공에 있어서는 꽤 확실하고 빠르게 결정을 내렸고 돌아본 적이 없기에

그 친구의 고민을 충분히 공감해줄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를 놓지 못하고 걸어가는 중에 그 길이 너무 힘든 게, 그 길이 맞는지 흔들리는 게

그게 어떤 것인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기에.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이런저런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며

괜찮다고, 아닌 것 같으면 놓아도 된다고, 때로는 그래도 된다고 그러고서는

깊어지는 새벽, 우리 셋이 잠이 들지 않은 채로 계속 보내고 있는데


전공 얘기를 하다가, 학교 얘기로 넘어갔다가, 그곳에서의 삶 이야기를 하다가,

그 친구가 지난 몇 년 그동안의 모든 마음고생을 쏟아놓는데

사역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자기는 순장이란 것이 너무 귀한데, 너무 귀하고 소중해서 순장이 된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는데,

근데 다른 이들은 그 짐을 무거워하고, 그 책임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 슬펐다고.

자기는 이게 정말 너무 소중한데, 그래서 너무 감사하고 기쁜데,

근데 이 순장이란 역할이 남들에게는 같은 가치로 와 닿지 않아서,

그래서 그게 마음이 아팠다고.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옆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알 수 있었어요. 그 친구는 정말 진심이라는 걸.

정말 진심으로 귀하게 생각하고, 정말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던 거예요.

그 이야기를 하면서 펑펑 우는데, 내 마음이 다 아플 정도로 눈물을 쏟아내는데,

근데 있죠,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한 거예요.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하더라고요.


떠나온 후의 상황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섬기던 단체에 이런저런 어려움들이 있었다고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인원이 많이 줄었다고도. 물론, 섬기는 사람들의 숫자도 줄었죠.

섬기는 것이 원래 쉬운 역할이 아닌데,

안 그래도 하나둘씩 떠나가는데 남은 사람들이 그 책임을 다 지기도 힘들었을 거예요.

떠나간 사람들의 마음을, 그 책임을 다 지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난 알아요.

내가 그랬거든요. 여전히 그러하고.

내가 무거워하고, 내가 부담스러워했어요.

나 하나 버티기도 힘든데, 다른 사람들까지 품어야 하는 것을.


나를 포함한 내가 아는 대다수의 학생이

그 책임을 되게 무거워했는데. 때로는 버거워했는데.

근데 이 친구는 섬김이 너무 귀하다고, 너무 소중하다고,

자기한테는 금과 은보다 더 가치 있다고, 근데


근데 그 마음이 공유되지 않아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나는 그 모습이 귀하더라고요. 나는 그 모습이, 참 고마웠어요.

이전에 나눈 가장 큰 고민이라던 전공은 더는 중요하지도 않다 싶을 만큼

나는 그 친구의 그러했던, 그러한 마음이 참 고마운 거예요.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밤이 접어들며 시작한 대화는 어느새 해가 떴을 때야 마무리가 되고.

눈물을 너무 많이 쏟아낸 힘든 밤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잠들기 전에 제 친구가 돌아가며 기도를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후배를 위해서 친구가 기도하고, 그러고 그다음으로 기도를 했죠.

6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고민을 들으며 그래도 객관적이고 냉정한 모습을 유지한 만큼

차분하게 마무리 기도를 시작했어요.


근데 한 5분이 지났을까.

오늘 나눈 고민들에 있어 하나님이 지혜를 주시고 위로를 달라고

없는 말재주로 그렇게밖에 더는 기도를 못 하고 있는데 한 5분이 지났을까요.

그러다 이렇게 학교를 사랑하는 친구인데, 이곳에서 하는 그 사역에서도

하나님이 함께해달라고 말을 이어나가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떨리더니 눈물이 펑펑 흐르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제까지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선을 유지했는데, 기도를 시작할 때도 그랬는데,

근데 갑자기 정말 뜬금없이 그때부터 온몸이 떨리며 눈물이 펑펑 흐르기 시작하는 거예요.


‘내가 이 한 영혼의 진심 때문에

이 캠퍼스를 버리지 않았다.’


대표로 기도할 때 기도하는 가운데 어떠한 마음을 주시거나, 생각을 주시거나,

더더구나 음성을 들려주신 적은 없거든요.

근데 그 순간 처음으로 너무 또렷하게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서

이 공동체가, 또 캠퍼스가 점점 무너져 내리며 어둠의 길을 걷기 시작한 후에도


“에브라임이여 내가 어찌 너를 놓겠느냐 이스라엘이여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

내가 어찌 너를 아드마 같이 놓겠느냐 어찌 너를 스보임 같이 두겠느냐

내 마음이 내 속에서 돌이키어 나의 긍휼이 온전히 불붙듯 하도다”

호세아 11:8


나를 찾는,

나를 구하는,

나를 사랑하는 이 한 영혼이 있어

그래서 이곳을 버리지 않으셨다고.


“How can I give you up, Ephraim?

How can I hand you over, Israel?

How can I treat you like Admah?

How can I make you like Zeboyim?”


눈물이 펑펑 흐르는 거예요. 닦을 수도 없을 만큼 그냥 펑펑.

시간이 갈수록 한 해가 지날수록 캠퍼스도 점점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데,

어쩌면 지금 이곳을 쓸어버리셔도 될 만큼 하나님과 멀어지고 있는데.


근데 나를 찾는 한 영혼, 나를 구하는 한 영혼,

나를 귀하게 여기고 나를 사랑하는 이 한 영혼이 있어

내 백성들이 돌아서서 율법을 버리고, 내 목소리에 순종하지 아니하며 그대로 행하지 아니하고,

그 마음의 완악함을 따라 바알들을 따름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의 맹렬한 진노를 나타내지 아니하며 내가 다시는 에브라임을 멸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내가 하나님이요 사람이 아님이라

네 가운데 있는 거룩한 이니 진노함으로 네게 임하지 아니하리라”

호세아 11:9


나를 찾는,

나를 구하는,

나를 사랑하는 이 한 영혼이 있어

그래서 내가 이곳을 버리지 않았다고.

내가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고.


모두가 무겁다고 내려놓고 떠나던 그 책임을

금보다 은보다 귀하고 소중하게 여긴 그 친구에게

모두가 그래 잘해보라고, 행운을 빈다며

떠났을지 몰라도


나를 찾는,

나를 구하는,

나를 사랑하는 네가 있어

그래서 내가 이곳을 버리지 않았다.

네가 있기에

내가 이곳을 버리지 않았다.


“For I am God, and not a man – the Holy One among you.”


마음을 다해 지키고 계신 것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어요.


“나의 모든 우상들”


성적

학교

직장

사람

자존심


“나의 보좌”


이름

명예

영광

관계


교묘하게 내 삶에 녹아 있는

수많은 내 바알 신들.

저는 마음을 다해 그런 걸 지켰고 나는 여전히 그래요.

여전히 그런 걸 마음을 다해, 목숨을 다해 지키려고 애를 써요.

그 동생처럼 참된 것을 지키는 것이 나는

여전히 너무 어려워요.


“모두 다 내려놓고”


근데 변화하고 싶어요.

조금씩이라도, 한 걸음씩이라도 바뀌고 싶어요.

나는 이 동생의 진심이 놀라움과 감동으로 다가왔거든요.

참된 것을 구하고, 참된 것을 지키려

여호와를 경외함으로 진정한 금과 은이 무엇인지 깨달은 이 친구의 마음이

오늘도 굉장히 많은 도전이 되고 있거든요.


“나의 모든 우상들 나의 보좌

모두 다 내려놓고”


속해있던 공동체들이 무너지고, 캠퍼스가 점점 타락하고

사람들이 떠나 각자 저만의 바알 신들을 만들어 섬기는 그 날에도

그곳 어딘가에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을 구하는 자들이 남아 있다면

그러면 그곳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줬기에.


“에브라임의 말이 내가 다시 우상과 무슨 상관이 있으리요 할지라

내가 그를 돌아보아 대답하기를 나는 푸른 잣나무 같으니

네가 나로 말미암아 열매를 얻으리라 하리라”

호세아 14:8


그 한 영혼만이더라도

그 한 영혼뿐이더라도


그 한 영혼으로 인하여

그 한 영혼이 있으므로


그곳에 아직 그분의 임재가 있다는 걸.


“나의 모든 우상들 나의 보좌

모두 다 내려놓고”


당신은 지금

마음을 다해 지키고 계신 것이

무엇인가요?


있잖아요, 그 네 번째

4. 마음을 다해 지키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있잖아요 Cover 세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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