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우리의 서울, 나의 홍작가님

그녀는 멋졌다

by 일요일은 쉽니다



서울 사는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 cover.png


“문작가님 저 10월 말에 한국 갑니다!

10월 마지막 주에 있을 거 같은데, 만날 수 있을까?”


깜짝 놀랐다. 연락을 받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홍작가님이 오신다니, 서울에 오신다니!

기약 없는 먼 미국 여행을 떠나게 될 때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당장 몇 주 후에 오신다니!

그리운 캘리포니아에서 소식이 건너왔을 때 정말 너무 반가웠다.

반가운 마음에 그 주를 피해 일정을 잡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몇 주.


원래 나는 여행을 다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여행 계획을 짜는 것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하루만큼은 나도 여전히 낯선 서울의 아름다운 곳들을 모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보여주고 싶었다.

낯선 만큼 또 아름다운 도시, 이곳 서울.

이곳에서 정말 오랜만에 언니를 만나 서울 곳곳을 담을 생각에 설레었던 거 같다.


얼마 전 교회 동생이 여자친구랑 북촌에서 서촌까지 구경했는데 너무 좋았다는 말이 생각나

저녁 전까지 엑셀 파일로 정리해서 보내달라 장난을 칠까 하다가

통인시장에서 기름떡볶이를 먹으라는 팁을 받고서는

약속 전날 밤 난생처음 서울 지도를 창에 띄워놓고 삼청동, 북촌, 경복궁의 대략적인 코스를 구상한다.

일단 1시에 종각역에서 보자고 연락을 하고선 새벽 늦게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일어나서 준비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희원아!”


다행히 밤부터 아침까지 내리던 비는 한결 그치고 비가 남기고 간 상쾌함이 공기에 맴돈다.

그렇게 지하철 입구 위에 도착하니 곧이어 계단을 올라오는 언니가 보인다.

세상에, 언니가 졸업한 후로 못 봤으니 못 본 지 몇 년이 됐는데 시간의 흔적이 어디 하나 없다.

시간의 흔적도 없는 데다 너무 예쁘다. 홍작가님이 정말 너무 예쁘다.

반가운 마음에 얼싸안고 인사를 하고선 일단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이동을 하는데

평소에 길치 실력치고는 꽤 금방 정류장의 위치를 파악하고 버스를 찾는다.

그러고 버스에서 다시 안부를 나누면.


“얼마 만인 거예요?!”

“음, 3년?!”


내 글에 입혀지고 더해지는 사진을 찍어주는 홍작가님은 대학 선배이다.

내가 1학년일 때 4학년 선배로 같은 선교 단체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당시 언니들 중에 정말 참하고 단아하며 차분한 매력을 뽐내 첫눈에도 참 멋진 언니이다 싶었다.

진짜 선배다웠던 선배, 언니다웠던 언니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와의 만남 중 아직 우리가 학생이던 시절에 언니가 나를 집으로 초대해

불고기를 만들어 한 끼 든든히 먹여주었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일단 불고기가 너무 맛있었다).


그러다 졸업 후 가끔 SNS에 소식이 올라올 때면 보고 했는데,

다시 연락하게 된 건 올해 초 누가 채가기 전에 내가 홍작가님을 섭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지금도 그렇지만 2016년이 시작되고서는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방식으로 계속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을 즈음,

건축을 전공한 선배라 정말 시각적으로 담는 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러던 중 특히나 사진 하나가 마음에 박혀서 그 위에 글을 입혀보고

혹시 언니의 사진을 내 글과 함께 써도 되겠냐는 조심스러운 제안을 했었다.

감사하게도 언니는 흔쾌히 허락해주었고, 그 길로 올해 초에 시작하게 된

홍작가와 문작가의 작업과 인연은 이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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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어요?! 어떻게 지냈어요?!”


누구와 같이 버스를 타는 것도 오랜만이다.

원래는 길도 막힐지 모르고 멀미를 하는지라 웬만해서는 버스를 잘 안 타는데,

비가 내린 후 시원하게 덮인 구름 아래 시내 구경을 하며 친구와 함께 타는 버스는 너무나 매력 있다.

삼청동에서 점심을 먹고 둘러보고는 북촌을 구경하고 저녁에 궁을 가는 코스라 광화문에서 내렸는데,

좋아하는 언니와 함께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가장 좋아하는 비가 내리고 난 후 이곳에 서 있으니

이보다 더 서울이 아름다웠던 적도 없다.


왜 그렇게 광화문을 좋아하게 됐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약속을 집 근처, 학교 캠퍼스 (어디든), 그리고 그다음으로 광화문을 제안할 만큼

광화문이 참 좋다.

친가가 이 근처라 어렸을 적부터 매년 여름 한 달 내내 왔다 갔다 지나간 곳이라 그렇기도 하고,

그래서 매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봐서 더 그렇기도 하고,

그 여름마다 꼭 들린 최고의 놀이터였던 교보문고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글을 쓰겠다 마음먹은 지금 그 교보문고는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어 더 그렇기도 하고,

그 앞에 오늘은 어떤 문장이 걸려있을까 궁금한 기대에 그렇기도 하고,

경복궁이며 청계천이며 내가 좋아하는 곳들이 다 이곳이라 더 그렇기도 하고,

치열하게 일하는 서울의 느낌이 나게 사무실들이 많으면서, 사람들이 너무 빽빽하게 몰려있지도 않고,

서울의 중심이라는데 뻥 뚫려 있어 그렇기도 하고.

아무튼,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데, 역시나 마음이 통했는지

언니는 옆에서 카메라를 꺼내 이곳저곳을 렌즈에 담는다.

홍작가님의 작품들은 저렇게 탄생하는구나 신비롭다.


“내가 갑자기 말이 없으면 사진 찍고 있는 거야.”


쑥스러워하며 말하는 언니에게 마음껏 찍으라 그런다. 정말 마음껏 담고 싶은 만큼 다 담고 가라고.

그동안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내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준 언니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은데

최소한 언니가 담고 싶은 만큼 서울을 오늘 하루 동안 충분히 담을 수 있게 돕는 것이 그 첫 번째다.


마을버스로 갈아탄 후 삼청동으로 넘어가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수제비 집으로 들어간다.

이곳 또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집들 중 하나다.

워낙 수제비를 좋아하는 데다가 이곳만큼 맛있게 하는 집을 못 찾았기에,

신촌에 오래된 집도 가보았지만 역시나 이 맛이 안 난다. 이곳의 수제비와 감자전과 김치가 제일 맛있다.


먼저 나온 감자전을 두고 이야기보따리를 푸르니 언니의 학년 언니들 중 한 명이 가을에 결혼한단다.

얼마 전에 언니가 올린 사진을 보고서 결혼하는구나 알았는데, 그 둘이 만나게 된 이야기도 신기하다.

고등학교 때 언니는 오빠의 친구를 좋아했고 오빠는 당시에 만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후에 언니가 이사한 동네에서 교회를 찾던 중 방문한 한 교회에서

헌금 시간에 자기 앞줄에 앉아있던 사람이 헌금함을 건네주며 돌아봤는데 바로 그 남자분이었단다.

그렇게 다시 연락이 닿아 거의 1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둘은,

그렇게 다시 인연이 닿아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했을 특별함으로 발전해 가을에 부부가 된다 하니

정말 자기 인연은 다 정해져 있는 건가 신기하다.

말 나온 김에 생각이 나서 언니의 학년 오빠들 중에 우리 학년 애들이 멋있다 우러러본 오빠가 있었다고,

예전에 그 오빠가 우리에게는 되게 멋졌다고, 되게 멋진 선배이자 오빠였다 하니 언니가 빵 터진다.


“진짜? 정말?”


진짜. 정말이다.

내가 1학년일 때 4학년, 고로 가장 나이가 많은 오빠들 중 하나였던 그분이 얼마나 멋있었는데.

누가 누가 좋아했냐고 물어 이 친구도 멋있다 했고 저 친구도 멋있다 했고,

아 물론, 나도 그 팬카페 회원 중 하나였다고 하고선 나도 언니도 깔깔 웃는다.


“아, 너희 앞에서는 말을 별로 안 해서 그렇구나!”


그렇다. 내 기억을 헤집어보면 오빠는 별로 말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진중하자 신중해 보이고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고 다녔던 거 같다.

또 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생물학을 공부하며 청년부에서 가장 공부를 잘한다 소문이 나 있었기에

우리에게는 배로 멋져 보였던 거 같다.


“그런 애가 아닌데…”


아, 나에게는 너무 멀고도 멀어 보이기만 했던 오빠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니!

우리에게 그런 존재였다는 말에 언니는 놀라움과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우리에게 그런 존재였던 오빠가 실은 반전 매력의 소유자라는 말에 나는 놀라움과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금요예배가 끝나고 다시 캠퍼스로 돌아가던 차 안, 그때 처음 오빠와 대화를 나눴던 거 같은데,

당시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 잠이 들어버려서 운전하는 오빠와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나만 깬 상태로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한 시간이 되는 거리를 돌아가고 있었다.

당시 감성이 가장 깊어질 시각이자 또한 모두가 잠들고 우리 둘만 깨어있던 분위기에 이끌리듯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정말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인생을 헛산 거 같다는 나의 말에 오빠가 던졌던 질문이

그날 밤 마음에 깊숙이 내려앉았다.



“왜 그렇게 생각해?”



왜 그렇게 생각해?

왜 그렇게 생각해.


참 별거 없는 되게 간단한 질문이었는데

어딘가 나무라듯 묻지도 않았고, 어딘가 타이르듯 묻지도 않았고,

나의 얘기를 진심으로 경청하며 차마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했던 마음을 존중하듯 물어서 그랬던 거 같다.

이제 막 대학이란 바다로 건너온 1학년 꼬마에게 웃긴다며 간단히 웃음으로 넘기지도 않았고,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대충 넘기려 하지도 않았고,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정말 진심으로.



“왜 그렇게 생각해?”



그날 차 안에서 학교로 돌아가며 나눈 대화에 혼자 너무 감동을 받고

분명 그 어딘가 범접할 수 없어 보이던 아우라를 뿜어내는 오빠와 친해지고 싶어

1학년 꼬마였던 내가 밥을 사주고 싶다며 무조건 직진이라는 마음으로 밥 한 끼를 신청했고,

테이블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만나면 물어볼 질문’ 거의 30개를 빼곡히 적어온 수첩을 꺼내

첫 번째 타자였던 ‘청춘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같은

당시 너무 진지하던 나의 고민을 하나하나 차례대로 건네던 나를

오빠가 보기에는 얼마나 재밌었을까 싶다.

키도 작은, 이제 들어온 지 몇 달 된 신입생이 밥을 사준다고 대선배를 불러

인터뷰하듯 앉자마자 기자 수첩을 꺼내 청춘은 무엇이라 생각하냐 묻다니.

그날도 성심성의껏 나의 질문들에 대답해준 오빠에게 새삼스럽게 다시 고마움을 느낀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끼리 말도 안 되는 지난 추억을 회상하다 한바탕 웃고서는

나온 수제비에 양념장을 풀고 칼칼한 맛을 한입 먹으며 언니와 그동안의 대화를 나누니

지난 일 년간의 내 여유로웠던 생활이 부끄러울 만큼 언니는 정말 바쁘고 알차게 살았다.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으며 주말에는 주일학교에서 섬기느라 일주일이 정말 꽉 차있다.

언니도 회사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건 알지만

요즘 나는 정말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지내는 것이 얼마나 귀한지 느끼고 있기에,

그러한 고민들이 있음에도 회사에서 열심히 맡은 일을 해내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고 멋있다.


어떻게 주일학교를 섬기게 됐냐는 질문에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어린아이 같은 믿음을 가지라고 하시는 것처럼

어린아이들과 있으면 그 안에서 더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지 않을까 했단다.

그러고 그 말 그대로 정말 아이들과 교제하며 배우는 것이 많다는 답에

역시나 5년 전에도 멋지던 언니는 5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멋지다.

사역은 받는 것도 있지만 내가 사랑을 주어야 하므로

그곳에 마음이 있어야 진심으로 그 사역을 해나갈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 한다.

이래저래 계속되던 고민들 가운데 혹시 맡기고 싶으신 사역이 있으신가, 그것이 국내인가 해외인가,

아예 몇 달 그 사역만 하기를 바라시는가 아니면 다른 일을 하면서 꾸준히 하기를 바라시는가

여러 가지 고민들과 부담으로 마음이 복잡하던 가운데 언니는 오늘도 내가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 메마르지 않는 것이라는 걸.


일차로 대화를 마치고 나와 삼청동을 한 번 둘러보기로 한다.

이 경험이 새롭고 감사한 것은 옆에서나마 어떻게 홍작가님의 작품들이 탄생하는지 볼 수 있어서이다.

언니같이 보는 눈이 없는 나는 모르고 지나쳤을 부분들을

언니는 놓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는 달란트가 있다.

똑같은 공간을 찍는다 하여도 건축을 공부하고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 그림이 확실히 다르다.

그렇게 언니의 카메라와 핸드폰에 만들어져 가는 장면들 위에 글을 입힐 수 있다 생각하니

지금 이 모든 걸음걸음이 더욱 특별해 보인다.

언젠가는 우리만의 에세이를 낼 수 있을까? 몇 번이나 던진 질문이지만,

내가 이병률 작가의 글을 따라갈 수는 없어도 언니의 사진이 가진 감성은 정말 힘이 있다.


그렇게 표지판을 안내 삼아 골목골목 둘러보고, 은행이 잔뜩 떨어진 거리에서 숨을 잠시 참다가,

다시 밝아진 햇살에 안경을 꺼내 쓰고, 핸드폰으로 북촌 넘어가는 길을 찾다가,

맞게 찾아왔는지 빨간 깃발들이 보이고, 관광객들이 잔뜩 몰려있는 거리가 보이고,

인터넷으로만 보던 지붕들이 보이고, 중간중간 수놓은 한복이 보이고, 사진으로 담고 또 눈으로 담고.


북촌을 한 바퀴 구경하고서는 잠시 쉬러 카페에 들러

마침 도자기 수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창문 넘어 구경하고, 따뜻한 커피에 손을 녹이고,

언니의 지나간 열병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그곳을 나와 길 건너편에 있던 건물이 예뻐 길을 건너 사진을 찍다가,

바닥에 새겨진 조명이 예뻐 또 사진을 찍다가,

그러다 우리의 콜라보가 시작된 그 불빛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회상하다가,

궁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서촌으로 넘어가기 위해 대충 방향만 확인한 채 일단 걷자 하는데

골목을 지나 골목이 나오며 펼쳐지는 서울 야경이 정말 너무 아름답다.

정말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너무 예쁘다, 너무…”

“근데 저분들은 지금 다 야근하고 계신 거겠죠?”


아,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불이 환하게 켜진 수많은 빌딩들을 보며

이미 저녁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시각에도 자리를 지키는 수많은 미생들에 감사를 표한다.

현실은 너무 답답하지만, 덕분에 이곳에서 보이는 광화문 그 너머로 서울 야경은 정말 아름답다.

사진 찍는 실력이 형편없어 핸드폰을 넣어둔 나도 꺼내어 어떻게든 담아보고 싶을 만큼 정말 아름답다.


경복궁 앞을 가로질러 넘어가기로 하여 저녁에 광화문 거리를 걸으니

정말 오랜만에 이 시간에 이곳에 나와 있는 거 같다.

언니가 좋아하는 박효신 이야기를 하다가, 콘서트 이야기를 하다가,

그러다 또 우연히 지나치게 된 맛있어 보이는 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얼마 전에 대전에 놀러 갔던 이이기를 하고, 소개팅을 시켜준 이야기를 하고,

할 얘기가 끝이 없어 우리의 하루는 담소를 나누느라 바쁘고 렌즈에 담느라 바쁘다.


불이 꺼지고 한적해진 통인시장을 오늘 코스의 마지막으로

다시 경복궁역으로 걸어가며 우리의 짧았던 재회도 마무리가 된다.

그 끝에서는 “이곳이 좋아요, 그곳이 좋아요?”라는 요즘 마음을 가장 복잡하게 하는 질문을 던져 보지만

사실 내가 하려 했던 말은 “그곳이 그리워요” 일지도 모르겠다.

몇 달 전 우연히 접하게 된 박연준, 장석주 작가의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의 한 문장처럼,

떠나고 보니 알겠다, 그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어떤 곳으로 내 마음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

떠난 후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이제야 알겠다. 나에게 그곳이 어떤 곳인지.


돌아가는 길이 겹쳐 경복궁역에서 같은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언니가 먼저 내리기 전, 아쉬운 마음을 담아 따뜻함이 충분히 전달될 만큼 꼭 끌어안아 준다.

스크린도어가 열린 지도 몇 초, 어느 순간 닫힐지 모르는데 헤어져야 하는 마음은 늘 아쉽기만 하니

언니의 발걸음도 나의 눈동자도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결국 걸음을 옮겨 문이 닫히고 나면 유리 너머로 보이는 언니의 마지막 모습에

이제 남은 것은 어쩌면, 다시 길이 열려 돌아가게 된다면

우리의 연이 또 한 번 교차하게 될지도 모르는 내년 봄.

꼭 오라고, 와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꼭 달리고 싶었던 1번 국도와 들르고 싶었던 샌디에이고를

가자고 따뜻하게 말해주는 그녀를 그곳에 내려주고선 지하철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 남은 것은 어쩌면

다시 길이 열려 돌아가게 된다면

우리의 연이 한 번 더 교차하게 될지도 모르는 내년 봄.


떠나고 보니 어떤 곳이었는지 알겠는 그곳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듬직한 선배가 되어준 홍작가님을

또 한 번 만나게 될 날을 기약하며.


어쩌면 그곳에서,

다시 그곳에서.



P.S.

오늘 서울은, 당신과 함께한 하루였기에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우리의 서울,

나의 홍작가님.



11월 2일, 서울에서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서울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17. 그녀는 멋졌다. 생일 축하해요.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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