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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Nov 03. 2016

너한테 묻는거야

네가 뭔데, 도대체 뭔데, 그렇게 잘 지내고 있냐고



서울을 떠나왔어

여기는 그리 멀지 않은 이웃 나라

그래도 비행기로 4시간 정도 걸리더라

물론, 너에게로 돌아가던 거리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친구를 만나러 왔는데, 기억하지?

그 친구가 지금 이곳에 와있거든

내가 위로하러 간다고 하긴 했는데

사실 가서 내가 위로 좀 받고 싶어서


이제는 오래된 이야기니까

아직도 네 이름을 꺼내는 것이 참 쓸데없는 거 같아서

첫날, 둘째 날은 그저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는 말로

우리를 한 문장으로 결론지어버렸다가


그러다 어젯밤에 무거운 마음을 나누다

사실 아직 괜찮지 않다는 게 표가 나버려서

모두가 짐작으로만 그러한 거 같다고 말해준

여름의 네 소식을 전하고는

한동안 믿기지 않았다고

시간을 다시 그때로 돌린 것만 같이

한동안 믿기지 않았다고

그래서 자꾸 하루가 가는 게 힘들었다고



어떻게 너는

그렇게 잘 지내고 있을 수 있냐며

어떻게 떠나간 네가

약속을 깨버린 네가

그런 네가 잘 지내고 있을 수 있냐며

어떻게 다 잊고서는 웃을 수 있냐고

어떻게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그렇게 쉽게, 그렇게 빨리 교체되어 버릴 수 있냐고

그런 자격 없는 생각 때문에 한동안 괴로웠다고 말하고 있더라


그 친구가 아무 말 못 한 채 그저 들어주는데

아니까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니까

네가 나한테 어떤 의미였는지 아니까

네가 더는 모르는 사실은

이제 유일하게 기억해주는 친구이니까


그저께도 꿈에 네가 나왔는데

어제 네 얘기를 해서 그런지

오늘도 네가 꿈에 나왔어

그래서 아침에 깨고 나서도 한참을 일어날 수가 없었어

너무 속상해서

너무 미련해서

자꾸 너에게로 돌아가는 내가

이제는 화가 날 정도로 싫어서


좀 슬프잖아

나 혼자만 품은 채 하루를 보내고 있다 생각하면

시간이 기억해주는 것도 아니고

공간이 기억해주는 것도 아닌데

기억은 사람밖에 할 수 없는데

이제 너에게 부탁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자꾸 너에게로 돌아가는 내가

정말 화가 날 정도로 바보 같아서



6개월

딱 6개월이더라

주위에 친구들을 보아도

헤어지고 나서 그다음 인연을 만나 마음을 주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면 다들 과거는 과거라며 잊고 넘어가더라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이해가 안 가기도 했어

아무리 그래도, 한때는 사랑하던 사람인데

어떻게 그 대상이 그렇게 쉽게, 그렇게 빨리 바뀔 수 있는 건지

그래, 지금 너한테 묻는 거야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렇게 빨리 바뀌었냐고


나는 있지

6개월로는 안 되더라

떠나간 사람 그리워하며 지낼 필요 없다고

시간 낭비, 감정낭비라고 되새겨봐도

일 년으로도 안 되더라

잠시 걸어가다 다시 너에게로 돌아오고

잠시 돌아섰다 다시 너에게로 돌아오고

자꾸 너에게로 돌아가서

나는 그게 잘 안됐는데


그래, 지금 너한테 묻는 거야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렇게 빨리

바뀌었냐고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렇게 빨리

다 지워버렸냐고


내가 너를 아니까

나는 너를 아니까

네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다 하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아니까


그래

지금 너한테 묻는 거야

그래서 너는 다 잊었냐고

그래서 너는 다 괜찮냐고

그래서 너는

이제 너는


너는


네가 뭔데

도대체 뭔데

그렇게 잘 지내고 있냐고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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