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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Nov 18. 2016

이미나,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XIX - 지금의 사랑이 너를 이길 수 있을까



지금의 사랑이 너를 이길 수 있을까


예상치 못한 시점에, 그러니까 헤어진 지 삼 년이 넘은 지금

꿈도 꾸지 못한 방식으로, 그러니까 직접 집으로 찾아와서 피할 수 없도록

남자는 그렇게 불쑥 나타나서는 여자에게 다시 사랑을 말합니다


그동안 많이 생각했다고

그때 그렇게 떠나버려서 미안했다고

다시 너한테 돌아올 일 없다고 말했던 거 취소하고 싶다고

지내보니 너밖에 없더라고

다시 만나고 싶다고


그 말에 여자의 눈동자는,

그렇게 당해 놓고도 여자의 눈동자는, 또 일 초에 수십 번씩 흔들립니다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여자와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비교적 당당한 모습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남자


골목 가운데 어중간하니 서 있던 두 사람 곁으로

자전거 한 대가 찌르릉거리며 지나가고

두 사람이 길옆으로 걸음을 조금 옮기고

여자가 겨우겨우 입을 엽니다

“나, 너 되게 좋아했었어”


표정은 언뜻 웃고 있나 했는데

여자의 목소리는 너무 형편없이 떨리고

남자가 서둘러 대답하려 합니다

“나도 알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하지만 여자는 아주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남자의 말을 끊어 버립니다

“아니, 넌 몰라. 내가 널 얼마나 좋아했는지 넌 몰라

나 헤어지고 나서 너네 동네에 매일매일 갔었어

작년에 편의점에서 마주친 적 있었지?

너는 내가 어쩌다 생각나서 왔다고 믿었겠지만

나는 그때까지 거의 매일 그러고 살았어

매일 너네 동네 가고, 그러면서도 너한테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 하고

백 번, 이백 번, 어쩜 그보다 더 많이 갔을지도 몰라


헤어지고 얼마 안 돼서, 내가 술 마시고 전화한 적 있었지?

그때 네가 막 화내면서 끊었잖아

그다음부터는 나, 휴대폰 배터리 빼놓고 술 마시다가

그 꺼진 휴대폰 들고 네 번호 누르고 그랬었어

이렇게 말하니까, 나 미친 사람 같지? 근데 난 그렇게 삼 년을 살았다?


너는 몰라. 내가 너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

알았으면 나를 무서워했겠지


나, 너 진짜 많이 좋아했었어

네가 절대 모를 만큼 많이, 그리고 오래 좋아했었어

그리고 나..

이제 겨우 다른 사람 만나기 시작했어, 되게 착한 사람이야..”


두 달 된 새 사랑이 지겹게 길었던 미련을 이길 수 있을까요

참 착한 지금의 그 사람이

너무 못되게 떠난 이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요

겨우 찾은 마음의 평화가

지옥 같았던 그리움을 이길 수 있을까요

머리로 생각하면,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글. 이미나,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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