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때문에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너에게

하고 싶은 일을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낼 너니까

by 일요일은 쉽니다


“두려움 때문에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마”


한 줄이 줄 수 있는 울림은 생각보다 깊어

보통은 적어도 30초에서 1분의 예고편을 봐야 그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번 영화는 한 줄이었어

두려움 때문에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던 그 한 문장

그 하나의 대사


흔한 스토리이고 뻔한 스토리라 더는 만들어지지 않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갈등과 결론이라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내용을 과연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다면 얼마나 다를까, 여전히 힘이 있을까 궁금했거든

그래서 보러 갔는데


그 흔하고 뻔한 스토리를 보면서

그 흔하고 뻔한 캐릭터와 전개와 갈등과 결론을 보면서

웃기도 많이 웃고, 울기도 울고

정말 잘 풀어냈더라

잘 만들었더라



있잖아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질 만큼

일에 대한 마음이 복잡해지고 있던 요즘이었거든

이 길이 맞는 걸까? 이렇게 가도 되는 걸까? 하던 불안함을 넘어서

만약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러 돌아가야 한다면

그럼 이제는 돌아가야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고 있던 때였거든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더욱


“Don’t let fear stop you from doing the thing you love”


극 중 Buster Moon이란 코알라 캐릭터가

공연마다 한 건의 히트도 치지 못해 망해가는 극장을 살리려 애를 쓰는데

친구가 그만 접으라고 하고 은행에서 빚 독촉을 해도 포기하지를 않아

주인공이라면 그래야지, 쉽게 포기하지 않는 건 당연하지 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를 보며 언젠가는 성공하겠다 느꼈던 건

그의 긍정적인 사고 때문이었어


극장의 유일한 직원이 남아있는 종이를 몽땅 모아 뽑은 오디션 홍보 전단지를

실수로 창문 밖 모두 날려버렸을 때

화를 내지 않고 다그치지도 않고 이것도 일종의 좋은 홍보가 되겠다 하는 모습이

이쯤 되면 그만두라고 말리는 친구에게

바닥을 쳤으니 이제는 올라갈 일밖에 없다고 하는 모습이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 남을 탓하고 형편을 탓하고 세상을 탓할 수도 있을 때

늘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걸 보고 저 친구는 잘되겠다 했거든


“When you’ve reached rock bottom, there’s only one way to go. And that’s up!”

“바닥에 떨어지면 뭐가 좋은지 알아? 올라갈 길밖에 없다는 거야, 위로 쭉!”



근데 최악의 상황이 겹치고 겹칠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던 주인공이

극장이 무너지고 주저앉아 더는 아닌가 보다 하고 포기할 때

친구 집에서 멍하니 지내다 뭐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나 같은 사람이 뭐라고’ 하며 세차장으로 돌아갈 때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모든 상황에서 늘 밝은 쪽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일을 풀어나가던 사람이

결국에 꿈을 접고 세차를 시작했을 때는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위대하지 않거나 하찮아서가 아니라

꿈을 꿈인 채로 묻어둬야 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파서


그래도 여전히 그 친구가 성공하겠다 했던 건

뻔한 스토리이니까 예상 가능한 결말이어서가 아니라

망해가는 극장을 살리려 하지 말고 이제 그만하라던 친구 Eddie가

이번에는 자기가 친구에게 바닥에 떨어지면 올라갈 길밖에 없다는 말을 다시 해주며

둘이 한 조가 되어 세차 일을 열심히 해내는 걸 보고

옆에서 지지해주는 친구가 생겼으니

조금의 용기를 더 얻는다면 어쩌면 이겨낼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이 보였거든



역시나 마음속에 간직한 꿈은

접고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라지는 일은 없어

조용히 가만히 구석에 숨겨 둘지라도, 언제든 꿈틀거리고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거지

세차장 일이 조금씩 손에 익을 때 즈음

무너진 극장 위에서 누군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듣고

무언가에 홀리듯 그 목소리를 따라 다시 이전에 극장이 있던 곳으로 찾아가거든

거기서 혼자 노래하고 있는 Meena를 발견하고는

관객 앞에서 이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겠냐고, 자기는 꼭 그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지


“Don’t let fear stop you from doing the thing you love”

“두려움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마”


그래서 다시 시작되는 공연

이번에는 정말 세트도, 상금도, 그 무엇도 없는 채로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무대를 기획하고 그 무대에 서고

텅 빈 관객을 보고도 낙심하지 않고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공연을 시작하는 캐릭터들


“Don’t let fear stop you from doing the thing you love”

“두려움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마”



꿈을 말리기만 하던 Eddie가 든든한 백스테이지 스텝으로

스텝이었던 Meena가 마지막 곡의 주인공으로,

공연은 무슨 주부로서 할 일이나 해야지 하던 Rosita가 오프닝을 멋지게 펼쳐내고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Ash가 자신의 달란트를 마음껏 뽐내고,

너 같은 아들을 둔 적 없다며 돌아선 아버지로부터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린 Johnny도

그리고 아버지가 보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텐데 하던 Buster Moon도



있잖아

맞아, 영화는 영화일 뿐이야

아무리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도

극장에서 나오는 순간 2시간의 마법이 끝나면

결국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니까


그리고 현실 속의 우리는 다시

은행의 빚 독촉에 시달리고 그쯤 했으면 접으라는 주위의 만류에 휩쓸리고

앞을 봐도 길이 없고 옆을 봐도 길이 없고

뒤로 돌아서서 그나마 이전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만이 길인 것 같이 보이니까

그래 맞아,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그와 다른 현실이야



“Don’t let fear stop you from doing the thing you love”


근데,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위대하고 큰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면

금방 본질을 잊게 되는 거 같아

단순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잘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고

이름도 떨치고 싶고 돈도 벌고 싶고 인정받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이 힘들어졌던 거 같아


그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야

다만, 하고 싶은 일을 내려놓게 하는 건

결국 남도, 형편도, 상황도 아닌

현실과 타협에 있어 현실을 택하게 되는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기보다

영화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사실 그 외에 모든 것이 받쳐주고 따라와 주길 바라는 마음 있잖아

공연을 기획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초점이 아니라

극장도 컸으면 좋겠고 무대도 화려했으면 좋겠고

관객도 꽉 찼으면 좋겠고 매회 매진되었으면 좋겠고 하는

그런 마음 있잖아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 속에 붙이는 숨겨진 조건들



그래서 더 영화가 마음에 와 닿았던 이유는

망해가는 극장을 살려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극장이 무너지고 난 후 공연을 올릴 때

이전에 화려하던 세트도 없고, 전문적인 스텝도 없고, 관객조차 모인 가족 몇이 전부지만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마음을 쏟아내는 모습에


“Don’t let fear stop you from doing the thing you love”


그래서 나도 더 해보려고

화려한 세트도 없고, 전문적인 스텝도 없고, 관객조차 몇 안 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는 전제에 변함이 없다면

적어도 극장이 무너져 가루가 되는 상황까지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


2017년

생각보다 빨리 왔고 생각보다 빨리 떠나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낸

그런 해로 기억됐으면 좋겠으니까


“Everybody needs a change

A chance to check out the new

But you’re the only one to see

The changes you take yourself through


Don’t you worry ’bout a thing

Don’t you worry ’bout a thing, pretty mama

Cause I’ll be standing in the wings

When you check it out


Don’t you worry ’bout a thing”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Sing," Christophe Lourdelet and Garth Jenn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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