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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Feb 06. 2017

이미나, “그 남자 그 여자”

I - 비 오는 날 만났고 비 오는 날 헤어져서



“이렇게 창문턱에 팔을 얹고

빗소리에 집중하고 있으면요

꼭 파도에 발을 담그고 있을 때처럼

내 몸이 스르르 움직이는 것 같아요

꼭 고래 등 위에 있는 것처럼”


내가 그렇게 말했었죠?


지금도 그래요

다만 몇 달 전 이사를 한 탓에

창밖 풍경은 좀 바뀌었죠

그때 내가 살던 집은 작은 길가

밤이 되면 자동차 한 대 없던 조용하고 좀 무섭던 길

그래서 언제나 당신이 데려다주곤 했었던


지금 난 커다란 도로변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이 시간에도 차가 많이 달리죠

빗소리보다 큰 차 소리에 창밖을 내다보면

물기에 번진 붉은 립스틱처럼

까만 아스팔트 위엔 자동차 불빛이 어른어른

어쩐지 슬픈 느낌

그리고 그제야 떠오르는 당신의 생각


비 오는 날 만났고

비 오는 날 헤어져서

비만 오면 울겠다 생각했고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젠 그냥 옛이야기 같아요

어느새 당신을 잊지 못하는 것보다

당신을 모두 잊어버리는 것이 더 두려운

그런 날이 됐네요





글. 이미나, “그 남자 그 여자”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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