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마주쳤더라면
“그 날 기억나지?
네가 회사 일이 바빠서 잠도 몇 시간 못 자면서 나한테 전화했었는데,
내가 운동하러 가야 해서 통화 못 한다고 한 날.”
“그때 우리는 단순히 통화하냐 마냐에 문제였던 게 아니라
우리가 너무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되어 버려서.
서로가 함께 같은 공간, 또 같은 시간 속에 공존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기란 점점 어려워져서.”
“전화하냐 마냐를 놓고 마음이 엇갈렸던 게 아니라,
우리의 세상을 놓고 마음이 엇갈려서,
그래서 그랬던 거야.”
“지금 돌아보면 나는 그때의 너도 이해가 가고, 그때의 나도 이해가 가고…
더 함께해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야,
그때의 우리에게.”
만약 그때, 집으로 가는 길이
낯설던 서울이 아니라 함께 걸었던 이 길이었다면,
한 번쯤은 우연히 마주쳤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우연에 기대 한 번 더 마주쳤더라면,
우리는 달라졌을까요…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