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노력한 변화가 다시 과거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도록
나 교정기를 뗐어, 드디어
그동안 툭 튀어나온 무언갈 이빨에 붙이고 살려니 어색하다가
나중엔 잦은 치과 방문에 수갑처럼 꼼짝도 못 하게 하더니
어느새 일 년 반이 지나고
(한 편으로는 벌써) 교정기를 떼게 되었네
떼고 나니 오히려 어색하고 허전하더라
이빨이 너무 미끌미끌 거리는 거 같기도 하고
양치할 때 위아래 교정기 닦던 습관 때문에 이상하기도 하고
사람의 적응력인지 시간의 힘인지
떼고 나니 마냥 홀가분하지만은 않아
그보다 떼고 나면 이제는 끝일 줄 알았는데
안쪽으로 다른 장치를 붙여서
완전히 해방의 느낌도 아니야
나오면서 선생님께 이건 얼마 동안 하고 있어야 하냐 여쭤보니
교정 기간의 두 배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두 배라면, 3년을 달고 있어야 한다는 건데
물론 겉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이제까지 한 것처럼 자주 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먹을 때 전처럼 불편한 것도 아니지만
해방이라는 느낌도 잠시, 3년이라는 시간 앞에서 놀랐어
“이거 장치 귀찮아도 잘 끼고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이빨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새로 교정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선생님의 마지막 당부에
치과를 나서며 생각해보니
때로는 앞에 큰 공사만 해치우기에 급급하지만
사실은 마무리가 정말 중요한 거란 생각이 들더라
끝이 되면 이제 얼른 끝내고 싶은 마음에
나도 조급해질 때가 많지만
오히려 여유를 갖고선 더 꼼꼼한 눈으로
마지막 마무리에 더 많은 정성과 공을 들여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건 마치 이제는 잊었다, 이제는 괜찮다 하며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문 것 같으니 자꾸 넘어가려 하지만
순간의 변화에 속지 않고 끝까지 마음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다시 예전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붙이는 교정 장치가 중요하듯
그래서 오히려 마음 아프던 시절을 견뎌낸 시간보다
새로운 곳에 고정되도록 심는 시간이 더 길듯
마지막까지 꾹꾹, 꼼꼼히, 깊이 심는 것이 똑같이, 혹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 과정이 헛되지 않게
열심히 노력한 변화가 다시 과거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게
그렇게 끝까지 우리
최선을 다하기를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